물집 / 이시향
물집 / 이시향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5.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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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시 한 편》

 

 

 

 

 

 

 

 

 

 

 

 

 

 

 

 

 

 

 

 

[물집 / 이시향]

 

텃밭에서 종일
양파와 마늘을 캔 아빠
물이 집을 
두 채나 지었다며
손바닥을 펴 보여 주신다.

열심히 일하다 보니
저절로 생겼다는 물집
물의 집이 아닌
우리 집도
생겼으면 좋겠다.

 

☆☆☆

 이시향 시인의 동시《물집》에서 아빠는 회사에 다니지 않고 농사 일하시는 농부인가 봅니다. 손바닥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종일 밭일하는 아빠가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지런해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 저절로 생겼다는 물집 보다 우리 집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느껴집니다.

 과연 부지런히 일만 하면 집이 생길까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을 장만하는 연령은 대략 38세에서 40세라고 어느 기사에서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끼고 아껴서 살아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 푼 두 푼 아껴서 사야지 하다 보면 어느새 집값이 올라 따라가기 힘들다고 하니 남의 일이 아닙니다.

 가족 모두가 그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집이라 생각하면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다 보면 집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 봅니다. 요즘 자주 듣는 단어가 영끌족입니다. 영혼을 끌어모으는 것처럼 자금을 모아서 투자를 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이 단어가 왠지 손바닥에 생긴 물집만큼이나 마음도 쓰라리게 합니다.


[글 :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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