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청년들, 또 떠났다”...끝없는 탈울산 행렬 
“울산 청년들, 또 떠났다”...끝없는 탈울산 행렬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3.05.18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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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이어 아동·장년 유출도 심각

■동남통계청 1분기 인구통계 
울산서 2841명 타 시도 떠나
수도권 향한 청년 발길 봇물
전년도 동분기 비해 100명 ↑ 

암울한 울산 미래 경고해도 
타이밍 놓치고 일자리 질 낮아
2023년 1분기 동남권 인구이동통계(동남지방통계청 제공)
2023년 1분기 동남권 인구이동통계(동남지방통계청 제공)

[울산시민신문] 일자리가 없어 타 도시로 떠나가는 탈울산 행렬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청년들을 중심으로 2800여 명이 또 울산을 떠났다. 이로써 지난 2015년 12월부터 시작된 탈울산 행렬은 88개월째 이어졌다. 

부울경 중 경제기반 등 제반 여건이 낫다는 산업도시 울산 인구 유출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18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울산 인구는 111만663명으로 집계됐다. 울산 인구는 정점을 찍은 2015년(117만3534명)에서 지난해까지 9년 사이 무려 6만 명 넘게 순유출됐다. 동남지방통계청이 집계한 올 1분기에서도 2841명이 타 시도로 떠났다. 성별로는 여성 1704명 남성 1137명 이다. 이 중 20대 청년들의 유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울산의 인구 유출 현상이 청년층을 넘어 이제는 거의 모든 연령대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울산의 순유출 인구는 역대 최대인 지난 2021년 1분기(-5460명)와 지난해 1분기(-3456명)에 비해 규모는 소폭 줄었지만, 순유출률(-1.0%)은 여전히 동남권 최고다. 울산의 동남권 인구 이동은 부산 537명, 경남 39명 등 모두 576명에 이른다. 울산 인구가 가장 많이 빠져 나간 지역은 부산이고, 서울과 경북이 뒤를 이었다.

게다가 수도권으로 향하는 울산 청년 발길은 봇물이 터진 듯 멈추지 않고 있다. 1분기만도 20~34세 청년 1132명이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떠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유출 규모는 100여 명가량 증가했다. 반면 부산·경남은 소폭에 그쳤다.

이 같은 인구 유출 추세가 계속된다면 내년 쯤에는 광역시의 마지노선 격인 인구 110만 명선 유지조차 위태롭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해 내놓은 ‘2022년 인구동향’ 조사 결과에서 드러나듯 소설 같은 기우가 아니다. 통계청은 30년 후 울산 인구가 80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울산의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는 ‘심각하다’, ‘위험하다’는 진단과 문제 의식은 오래전부터 차고 넘칠 만큼 나왔고, 이에 울산시도 고향을 등지는 청년과 시민들의 발걸음을 다시 돌려세우기 위해 막대한 시비를 쏟아부으면서까지 처방책을 내놨다. 

하지만 기존 인구정책으로는 한계에 부닥쳤다. 매번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데다 일자리 질도 낮기 때문이다. 시는 판에 박힌 대책으로는 청년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행복주택 공급, 청년 주거비 지원 등 청년 만을 위한 별도의 패키지를 내놨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이리 저리 뛰고 다녔다. 지난해 출범한 민선 8기 울산시정도 일자리 창출을 방점으로 찍고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내놨지만 탈울산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 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의 활력층인 청년들이 떠나면 어떻게 될까. 도시는 노쇠하고 역동성과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력 감소는 경기 둔화로 직결돼 경쟁력 추락이라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국가든, 지자체든 지방소멸이 곧 국가소멸이라고 외치면서도 그다지 경각심을 갖지 못한 게 이유랄 수 있다. 

연초 인구든, 경제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대항마로 국내 첫 메가시티가 탄생하리라 기대를 모았던 부울경 특별연합이 좌초된 게 대표적 사례다. 부울경 세 단체장이 대안으로 두 달 전 출범시킨 경제동맹은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실체마저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지역발전 전문가들은 “사람이 모이지 않는 도시, 젊은 층과 일하는 사람이 떠나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며 “청년들이 기를 쓰고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구 유출 가속화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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