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구구단/강지인
달리는 구구단/강지인
  • 이시향
  • 승인 2023.06.13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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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구구단 / 강지인 _상상(2023.5)

 

 

 

 

 

 

 

 

 

 

 

 

 

 

 

 

 


일어서는 마음, 달려가는 말

초등학교 교과서와 중등 교과서에 시가 수록되어 아이들에게 친숙한 강지인 시인의 다섯 번째 동시집이다. 『달리는 구구단』은 언어의 특성에 기반한 재미있는 비유와 통통 튀는 리듬으로 무장하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적 표현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발견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곧 상심하고 슬퍼하는 아이들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협력해서 실행하는 치유가 아픔을 겪는 독자들에게 따듯한 위로로 다가온다.

독자들은 『달리는 구구단』 속으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간다. 시인이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마련한 리듬이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딱 맞는 비유와 통통 튀는 언어를 구사하는 시인의 능력이 시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저자소개
강지인

2004년 『아동문예』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황금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을 받았으며, 경기문화재단, 대산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할머니 무릎 펴지는 날』 『잠꼬대하는 축구장』 『상상도 못했을 거야!』 『수상한 북어』가 있습니다.초등학교 교과서에 「꼬물락꼬물락」이, 중등 교과서에 「집」이 수록되었습니다.

 

 

 

 

 

 

 

 

 

 

 

 

 

 

 

 

 

 

 

 

 

 

 

 

 

 

 

 

 

출판사 리뷰
내 마음 설명서

『달리는 구구단』을 읽으면 마치 한 아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기록한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 든다. 시집 속의 아이는 친구를 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세슘 원자의 진동수에 비교해 말하기도 하고(「1초 동안」), 자신의 속엣말이 감나무에 들어가 감으로 열린다고 말하기도 한다(「감의 고백」). 다양하게 동원되는 비유들에서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고자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아이가 자신의 말을 찾아 가려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언어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언어는 언제나 마음과 완전히 일치할 수 없다는 면에서 한계를 지닌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고자 할 때 비유를 이용하는 이유다. 시집 속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에 딱 맞는 어휘를 찾아내려 사전을 뒤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건이나 사물, 이미지로 자신의 마음을 에둘러 보여 주려 한다. 『달리는 구구단』의 시들이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생동감 있는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이유다. 시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기쁨을 주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강지인 시인의 시에서 독자들은 비유가 갖는 재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일어서는 마음의 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아이는 내면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곧 마음이 가진 힘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시집에는 시험을 망치거나(「그렇더라니까」), 두발자전거를 타면서 자꾸 넘어지거나(「두발자전거」), 언니가 쓴 물건을 물려받기만 하는 아이의 모습(「환승」)이 그려진다. 아이들이 좌절하거나 불만을 갖고 슬퍼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달리는 구구단』 속의 아이들은 “하염없이/ 고꾸라지지만// 끊임없이/ 물구나무서는 물”(「분수」)처럼 어려운 상황과 난관을 딛고 결국엔 일어선다.

해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균형이 기우뚱 무너지려고 하거나 무너졌을 때” 시에 등장하는 존재들이 “서로 힘을 모아 협력적 치료를 수행”한다. 이것이 바로 『달리는 구구단』에서 볼 수 있는 회복력의 비법이다. “마음이 딴짓하면 생각이 잡아 주고/ 생각이 딴짓하면 마음이 잡아 주”는 것처럼(「따로 또 같이」), 여러 존재들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격려하고 회복하는 모습은 마음의 아픔을 겪는 독자들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

통통 튀는 말, 달려가는 말

“눈사람”을 “눈싸람”으로 써야 한다거나(「눈사람을 찾습니다」), ‘ㅔ’와 ‘ㅐ’가 발음으로 구별되지 않아 받아쓰기에서 애를 먹는(「베개」) 아이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말의 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망고의 씨앗’인 “망고 씨”가 망고를 부르는 호칭처럼 느껴지고(「수염 난 망고 씨」), “사과 씨!”라는 말에서 “말의 씨”가 싹트는 장면(「말의 씨」) 역시 문자가 가진 음성적 특성을 드러내면서 시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더 말해주는 듯하다.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달리는 구구단」은 구구단을 외우는 리듬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속도감을 재치 있게 결합하여,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시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의미적 차원의 비유와 음성적 차원의 리듬이 결합되어 시의 재미가 한층 더 부각된다. 이러한 말놀이들은 언어가 가진 음성적 특성들을 부각시키면서, 비유가 주는 것과는 다른 시의 재미를 감각하게 한다.


추천평
강지인 동시의 어린이는 균형을 향한 회복력을 지닌 존재다. 자기가 상처를 입었더라도 상처받은 다른 존재를 용케 알아보고 살려 내는 법을 안다. 이 돌봄의 과정을 거치며 나와 대상은 잃어버린 균형을 회복하고 다시금 생기롭게 피어난다.
- 이안 (시인, 『동시마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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