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사진/김흥제
백일 사진/김흥제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6.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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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시 한 편》

 

 

 

 

 

 

 

 

 

 

 

 

 

 

 

 

 

 

 

 

 

[백일 사진/김흥제]


꽃송이
태어난 지 백일

백일 상에
' 百'자 쓴 백설기
차곡차곡 쌓아 놓고.

수수 팥떡 수북이 담고
과일도 갖가지.

"예쁘게 사진 찍자."
꽃송이 고운 옷 입히고
머리에 리본 달고.

선물 받은 금반지도 끼고
아기 의자에 앉혔다.

앞에서 방울 흔들며
꽃송아-~꽃송아~
'찰칵!'
"한 번 더."
'찰칵!'

"예쁘게 사진 잘 나왔네."

(태어난 지 100일)

☆☆☆

 김흥제 시인의 동시 《백일 사진》을 읽어 보면 우리 아이들 키우던 시절이 생각나 덩달아 행복해진다. 아기가 태어난 지 백 일이나 일 년이 되면 사람들을 불러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란 것을 축하해 주기 잔치를 벌였다. 수많은 일중에 새생명이 태어나 무사히 건강하게 백일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을 것이다. 백설기, 수수팥떡, 금반지 말만 들어도 어떤 의미들로 백일 상에 오려는지 알만하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라면 당연하게 치르는 백일잔치, 돌잔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아기가 적절한 개월 수에 맞게 건강하게 성장해 준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돈이 없어 결혼 못 한다는 요즘 세대들은 자식을 낳겠다는 생각 그 자체가 자신을 벌써 가난하게 만드는 생각이라고 한다. 일자리가 없고 집은 너무 비싸고 좌절감을 많이 느낀다는 요즘 세대들 선뜩 아이를 낳아 키워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 자신이 꼰대 같다. 백일잔치, 돌잔치 큰상을 받아 예쁘게 사진 찍던 아이들인데 막상 그런 아이들은 요즘 살기가 힘들어 아이를 낳는 거조차 꿈도 꿀 수 없으니 분명 행복한 삶의 기준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이 안타깝다. 백일을 건강하게 보내었다고 백일 상을 차려주던 그 시대에 행복의 크기는 요즘 시대의 행복 크기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이 왠지 걱정된다.
[글 :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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