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 26년째 생일”...마냥 자축하긴 우울한 울산시
“광역시 26년째 생일”...마냥 자축하긴 우울한 울산시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7.0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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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업지구 새 60년 원년 맞아
후발광역시 핸디캡·홀대서 벗어나
울산서 사는 게 시민 자부심 돼야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다가오는 15일은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한 지 26년을 맞는 날이다. 성년 울산은 지난 26년 간 급격한 변화를 보여줬다. 인구는 광역시 승격 해인 1997년 101만3070명에서 올해 5월 110만6446명으로 10.2% 증가했다. 1962년 공업지구 지정 후 2011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수출 1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올해 울산시 예산은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다. 경남의 조그만 변방 도시였던 울산이 실로 놀라울 만큼 성장한 것이다. 올해 초에는 시립미술관이 개관하고 지난해 말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받는 등 발전상도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마냥 자축할 분위기는 아닌 듯 싶다. 외형적인 성장 이면에 울산이 가진 종합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후발광역시라는 핸디캡과 홀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해 20조 가까운 세금을 울산에서 걷어가면서 투자는 3조 안팎으로 찔끔 지원하는 수준이 현실이다. 각종 투자지원사업과 국가기관 승격이나 유치 등 전방위에 걸쳐 푸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이 지금의 현주소다. 도시 품격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의료와 문화, 재난 등과 같은 공공 인프라는 태부족해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울산의료원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탈락이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5월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료원 설립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데도, 약속은 가물가물해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잊혀져 가는 분위기다. 울산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재난 상황 등 보건의료 위기 발생 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의 최전선이 되어야 할 공공의료원 조차 없다. 광주와 함께 17개 시·도 중 지방의료원이 없는 도시가 울산이다. 국립 의과대학이 없어 울산의 필수의료 인프라가 전남, 세종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경실련의 조사 결과도 있다. 

이 뿐 아니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정부가 원래 공약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시가 정부 지원을 위해 타진하자 발을 뺀 대표적인 경우다. 애초 산업수도 울산의 위상에 걸맞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기술박물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사업이건만, 예타 통과를 위해 수년째 규모가 계속 쪼그라 들면서 이젠 국립이라는 이름조차 거론하기 민망할 정도다. 당초 1조2000억 원대이던 사업비는 1386억 원까지 줄어든 터다.

여기에 울산은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라는 점 때문에 국가기관의 승격 등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승격 노력을 기울였지만 번번히 좌절된 울산기상대가 대표적이다. 원전과 공단이 밀집한 울산은 자연재해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기상청과 기상지청을 보유한 다른 특·광역시 달리 울산만 유일하게 하위 조직인 기상대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는 병무청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해 1만여 명의 울산 청년이 병역판정 검사를 위해 왕복 4시간 거리의 부산 도심을 방문하고 있지만, 병무청 설립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유력하다. 

게다가 수년간 지속된 경기 불확실성 확대 속에 주력산업은 쇠락하고 있는 처지다. 세계적 산업 구조 흐름이 저탄소·친환경 기조로 바뀌고 있는데도 새로운 활로 모색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울산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경우 정부가 이달 중순 최종 입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유치에 뛰어든 포항과 군산 등 4개 지자체와의 경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하다. 대정부 로비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개입까지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울산이 특정공업지구 지정 60년을 지나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원년이다. 조그만 어촌이었던 울산이 어엿한 광역시로서 다른 도시와 어깨를 견주게 된 것은 실로 기적같은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60년의 세월은 산업을 노후하게 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보니 사람들은 흩어지고 젊은이들은 고향을 등지는 탈울산 행렬은 2015년 12월 이후 91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이다. 

엊그제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두겸 시장은 “울산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다가올 미래 60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시민들에게 안겨줄 수 있도록 부지런히 뛰겠다”며 “울산에 사는 것이, 시민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청년도시였던 울산의 옛 명성을 되찾는데 시정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김 시장의 이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길 울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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