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에 부쳐
창간 17주년에 부쳐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7.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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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을 주면 레몬에이드로 만들어라
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한 여름 불볕 더위에도 붉은 립스틱 자태로 피어나 반나절 장대비에 후드득 꽃 몽우리를 떨구는 능소화를 보고 있노라면 저 절개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꽃잎 떨구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몽우리를 밀어 올리며 호젓하게 고개 내미는 상큼한 호기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작은 것 잃고도 다 잃은 듯, 많은 것 쥐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네 삶보다 몽우리 째 떨어지고도 별일 아닌 듯 아침을 흔들며 힘차게 피어나 오늘도 위험한 월담을 시도합니다. 능소화가 피고 지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한여름의 절정을 치닫고 있습니다, 

시간의 궤적에 천착한 바쁜 걸음은 한여름 볕에 각인된 발자국을 견인하며 어느덧 올해의 절반을 지나는 길 위에 다다랐고 울산시민신문은 창립 17주년이라는 뜻 깊은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존경하는 울산시민 여러분!

길이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생명선이자 모험이고 희망이지만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길을 가야할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서 고뇌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순조롭지 않듯 길은 쉽고 넓은 길보다 좁고 험한 길이 훨씬 많고 인생의 수많은 사연처럼 길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집 뒤편의 뒤안길, 마을의 좁은 골목을 뜻하는 고살길, 꼬불꼬불한 논두렁 위로 난 논틀길, 거칠고 잡풀이 무성한 푸서릿길, 좁고 호젓한 오솔길, 휘어진 후미길, 낮은 산비탈 기슭에 난 자드락길, 사람의 자취가 거의 없는 자욱길, 강가나 바닷가 벼랑의 험한 벼룻길 등이 있는가 하면 발걸음을 경쾌하게 하는 꽃길도 있습니다.

god의 길이라는 노랫말에도 늘 흔들리며 걸어가는 우리의 삶이 선명하게 투영돼 있습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누구나 익숙하고 평온한 길을 택해 걸어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인생길은 늘 휘어지고 갈라져 선택을 강요하고 낯선 길이 불쑥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또한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많아 길을 잃고 주저앉을 때도 있고 갈림길에서 방황할 때도 있습니다. 

‘길이 길을 속여 길 위에서 길을 찾아 헤맨다’는 싯귀처럼 험한 길 위에서 헤매고, 부딪치고, 넘어지기를 반복해서 걷다보면 비로소 그 길을 정복하게 되고 초월적인 이상을 향해 정진 할 결의를 다지는 마력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순환 과정을 통해 찾아낸 빛 한 줄기가 자신감이 되고 우리 삶의 긴 여정에 등대 같은 불빛이 되고 절망의 골짜기에서 발견한 희망의 등불이 되기도 합니다.

존경하는 울산시민 여러분!

울산시민신문은 17년 동안 시민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과 동행이 큰 희망이고 가장 이상적인 길이라 여기며 걸어왔습니다. 시민 여러분과의 동행은 바른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을 더욱 또렷하게 했고 미흡하지만 그 사명을 다하고자 정진했습니다. 

일기예보가 기상관측을 오보하듯 우리의 길도 예정된 길로만 갈 수는 없었고 잘 다듬어진 신작로만 걸을 수도 없었습니다. 대의를 거슬러 질풍가도를 꿈꾸지는 않지만 흑백의 진영논리에 따라 그 흐름이 좌우되지 않는 결의를 다지면서 걸어왔습니다. 그 길 위에서 울산시민 여러분의 응원과 질타에 힘을 얻고 여러분과의 동행에 무한한 감사와 벅찬 행복을 느낍니다.

존경하는 울산시민 여러분!

‘레몬을 주면 그것을 레몬에이드로 만들어 먹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레몬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아픔과 시련을 말합니다. 그것을 아픔으로 여겨 좌절하지 않고 역경을 딛고 일어나 새콤달콤한 성공의 맛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와 끈기를 배우라는 의미이겠지요? 

레몬에이드 맛을 알게 된 사람은 아픔과 시련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입니다. 실리와 세력에 편승하여 삶의 변두리를 등한시하거나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언론이 되지 않고 우리의 진심이 시민여러분 곁에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울산시민신문은 레몬의 시고 쓴맛을 인내하여 시민여러분께 레몬에이드의 상큼하고 신선함을 선물하겠습니다.

울산시민 여러분! 

한여름 무더위에 건강조심하시고 늘 행복한 꽃길 위에 서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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