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단 구성·정치권 적극 요구
산업구조 개편·이탈 청년 잡을 계기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두고 지차체 간 경쟁이 벌써부터 불을 뿜는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울산과 제주다. 원전이 밀집한 울산은 최근 에너지 관련업체들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갖는 등 전략을 짜는 중이다. 추진단을 구성해 전문가 의견도 모으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두겸 시장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라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의 울산 지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분주하기는 풍력발전이 밀집한 제주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 제1회 분산에너지 포럼을 개최해 에너지 관련 기업들과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특화지역 지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울산 등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은 특화지역 지정이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청년이 떠나가는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분산에너지특별법에 따라 지정하는 ‘에너지 특구’다. 분산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규제특례 지역이랄 수 있다. 특구에서는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지역의 발전사업자나 한전 가운데 더 저렴한 전기를 골라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저렴한 전기를 앞세워 발전소 주변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분산에너지특별법의 핵심이 분산에너지 특구인 셈이다.
올해 초 국가 첨단산업단지 후보지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울산시는 분산에너지특별법 제정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 시장은 관련법안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국내서 원활히 적용될 수 있도록 후속작업에 발빠르게 대응한다”며 “울산이 분산에너지 특구에 지정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김 시장은 직접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을 설득해 법 통과에 힘을 싣기도 했다.
분산에너지특별법은 내년 6월 시행될 예정이지만 울산시는 특구 지정을 위해 이미 산·학·연·관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화계획 육성방안을 수립하는 등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또 현재 준비 중인 시행령에 울산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력도 요청했다. 특히 울산시는 국가 첨단산업단지 후보지 탈락의 아픔을 다시 겪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지정될 것으로 보이는 분산에너지 특구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비전과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확실한 청사진,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방안이 서 있어야 한다. 울산은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에너지 혁신도시로 지정되고 특화된 도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을 연구하는 에너지경제연구원, 효율적 에너지 사용을 선도하는 한국에너지공단, 안정적 석유공급과 전략비축을 담당하는 한국석유공사,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한국동서발전이 있다. 타도시가 흉내낼 수 없는 울산만의 강점이다.
이런 강점 외에도 울산지역에는 원전과 가스발전, 부유식 해상풍력 등 전기 생산량도 풍부하다. 이같은 에너지 자원을 적극 활용한다면 관련 기업 유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울산시는 내다 본다. 특히 울산 앞바다에 추진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인 부유식 해상풍력은 6GW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풍력단지다. 이 단지가 조성되면 그만큼 수요처인 기업과의 거래도 활발해진다. 해상 풍력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는 특구로 오려는 기업에게 저렴하게 전기를 제공할 뿐아니라 탈탄소 시대를 맞아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울산 기업체들에게도 필수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고려아연, 삼성SDI, 롯데케미칼 등 울산 주요 기업이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RE100에 가입한 것도 특구 지정에 호재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문제는 특별법이 시행되면 전력생산지 지자체간에 특구 지정을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이미 제주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고 부산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이른 대비로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야 한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에 울산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울산시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시와 지역 정치권이 힘을 합쳐 산업부의 후속 절차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에너지 신산업의 밑그림과 함께 기업 유치 전략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울산은 91개월째(6월 말 기준) 이어지는 청년들의 탈행렬과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의 쇠락화 등 곳곳에서 적신호를 알리는 경고음이 켜진 만큼 에너지 특구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다. 울산 경제를 살리는 신호탄이 되려면 시가 한 발이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살릴 수 있다. 곧 발표가 임박한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까지 두 개의 바퀴가 함께 구르며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