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옛 명성 되찾고자 비상 날개짓...반등 기미 ‘솔솔’
울산, 옛 명성 되찾고자 비상 날개짓...반등 기미 ‘솔솔’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3.07.31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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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개월째 탈울산 행렬 이어가지만
친기업 행보에...투자 화답 성과내
청년 유입 주거대책도 호응 거세

소멸위험 동구, 고향기부금 실험중
올해 10억 모아 청년공유주택 조성
타지 청년들에게 숨겨진 지역 매력
알릴 ‘한 달 살기 프로그램’도 계획
울산시청
울산시청

[울산시민신문] 한창 잘나가던 시절을 떠올리면 회한이 없는 지방 도시가 있겠냐만, 울산시는 특히 더 서럽다. 지난 60년간 대한민국 중추 산업의 메카로 국가발전을 견인한 산업도시였기 때문이다. 한때는 수출 1000억불 시대를 열었던 근대화의 주역이자 경제성장의 심장이었지만, 주력업종 쇠락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선 청년들의 탈울산 행렬은 2015년 12월 이후 91개월째 이어지는 등 도시 분위기는 활력을 잃어버렸다.

광역시 마지노선인 인구 110만을 지키기도 위태롭다던 말이 나오던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K-지방소멸지수’의 전국 소멸위험지역에 동구가 포함되자 지역사회에선 “올 것이 왔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그런 울산이 조금씩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2년째 시행하고 있는 파격적인 친기업 시책에 기업들이 투자로 화답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낸 것이다. 청년 인구 유입을 이끌고자 내놓은 주거대책은 청년들의 호응이 잇따르자 올해 지원대상 가구도 확대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 주행시험장 부지 55만㎡에 건축 연면적 33만㎡ 규모의 전기차 신공장 건축 허가 절차는 통상 기간보다 2년여 빠른 10개월 만인 지난달 19일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안전작업계획 착공 신고를 거쳐 내달부터 신공장 건축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시는 지난해 9월부터 전담 공무원을 현장에 파견해 각종 인허가 업무 등을 지원했다. 사업 계획 수립 단계부터 행정지원에 나선 것은 전국 최초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김두겸 시장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 사업 지원을 위해 전담 공무원까지 파견해 지원한 첫 사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투자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정책적으로 확대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 투자하기 좋은 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 지원은 소방분야로도 확대됐다. 울산시는 지난달 13일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샤힌 프로젝트’ 추진 관련 간담회를 열고 소방 위험시설 인허가 지원 계획 등에 대해 논의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88만㎡ 부지 면적에 2022년부터 2026년까지 9조2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건설 사업이다. 600건 이상의 각종 인허가 중 소방시설과 위험물 관련 인허가가 200건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신속한 인허가로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최근 소방 전담팀(TF)을 구성했다.

이에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이에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31일에는 코리아비티에스, 넥스트스퀘어 등 7개 업체가 7000억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HD현대건설기계가 2025년까지 19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민선 8기 출범 이후 최근까지 기업들의 투자유치는 14조 원에 육박한다. 

울산시와 기초지자체가 내놓은 주거대책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안정적 주거 환경을 제공하고 한 명이라도 인구를 늘려 소멸을 늦추겠다는 자구책이랄 수 있다. 청년층이 늘어나면 그만큼 경제활동인구 증가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불균형 해소와 출산율 제고도 기대할 수 있을 터다. 

주거대책 중 시가 청년들의 안정적인 울산 정착을 위해 집이 없는 미혼 청년에게 최장 48개월간 지원하는 주거비 지원사업은 청년들의 호응이 거세다. 매달 지원하는 주거비는 임차료 10만 원, 임차보증금 이자 5만 원 등 최대 15만 원이다. 시는 청년들의 신청이 잇따르자 올해 761가구(당초 500가구)로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소멸 위험 경고등이 켜진 동구는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청년 공유주택을 지어 젊은 동네로 바꾸는 데 쓰기로 했다. 집이 없거나 구할 여력이 안 되는 청년에게 저렴하게 집을 빌려주는 청년지원사업이다. 동구는 올해 말까지 1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한 뒤 내년부터 청년에게 제공할 원룸, 빌라 등을 사들인 뒤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동구는 타 도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역의 숨겨진 매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달 살기 프로그램’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소멸론이 나오는 이 시기에 지역에서 내놓는 청년인구 유인정책이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실효적 성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청년 이탈이 불러온 지방소멸 시대는 단순히 청년이 있고 없고의 문제를 떠나 기업 인력난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방소멸의 악순환을 끊고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를 통한 좋은 일자리와 함께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인 주거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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