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김춘남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김춘남
  • 이시향 시민기자
  • 승인 2023.08.03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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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김춘남/효민디엔피(2023.7)]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김춘남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2023년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발간한 이 책은 55편의 동시를 수록하였다.
“동시는 ‘아’와 ‘어’ 사이에 있다”는 〈시인의 말〉 속에 김춘남 시인의 시작(詩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아, 아버지/어, 어머니/아? 아이/어? 어른//‘아’ 다르고 ‘어’ 다르지만/
아(!)와 어(?)가 손을 잡으면/놀이를 좋아하는 ‘애’가 된다./아이는 놀이를 통해
즐거움과 재미를 느낀다.”

‘아’와 ‘어’가 다정하게 손잡은 김춘남 시인의 동시는 재미있다. 그 재미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탕으로 삼고 있어 실감이 난다. 마치 내가 겪은 일처럼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무거운 것을 가볍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는 데서 문학은 출발한다.
〈피로사회〉로 명명된 현대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겪는 무거운 현실을 저마다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흡사 TV에서 본 광고처럼 침대 매트를 등에 짊어진 듯한 피곤한 일상에 묶여있다. 이런 고단한 삶에 김춘남 시인의 동시는 유쾌 상쾌하고 발랄한 동심으로 웃음꽃을 선물해 준다. 무지개처럼 꽃처럼 밝고 건강한 즐거움을 준다.

동심이 듬뿍 담긴 ‘상상’은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물구나무 서서 ‘상상’이란 글자를 보면 ‘앗앗’으로 변한다.
김춘남 시인의 동시는 ‘품을 줄 알고, 나눌 줄 아는’ 〈귤〉과 같다. 어린이들에게는 상상력으로 호기심을 품게 하고,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나누어 준다. 동시에 담긴 공감각(공감, 감동, 각성)을 찾아보자.

1부 〈말꼬리, 참 길다〉에는 오순도순 살아가는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이, 2부 〈왜 어른이 되고 싶어?〉에는 호기심 천국인 어린이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3부 〈가만히 살며시〉에는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하기 좋은, 노래가 된 동시들을, 4부 〈 속 보이는 수박〉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의 생활을 담았다.

김춘남 시인의 동시집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 는 ‘어린이와 어른이 친근하고 따뜻하게’읽을 수 있는 좋은 친구이다.

 

저자소개

김춘남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났으며,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창과를 졸업했다. 200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의 길을 걸어왔다. 2014년 ‘부산아동문학상’을 받았으며,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동시문학회, 부산문협, 부산아동문학인협회, 해파랑동요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동시집 『앗, 앗, 앗』, 『아직도 피노키오』와 시집 『달의 알리바이』가 있다.

 

출판사서평

산책, 오늘도 시치미 떼는 말과 글의 만남

‘시를 읽고 사랑하는 마음은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다.
김춘남 시인의 신작 동시집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에는 그야말로 톡톡 튀는 기발한 생각들이 담긴 동시를 반갑게 만날 수 있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동시는 ‘아’와 ‘어’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이미 그는 ‘물음표와 느낌표만 있으면 누구나 동시를 쓸 수 있다’고 첫 동시집에서 말한 바 있다. 동시 창작의 비법이 호기심과 감탄에 있다는 김춘남 시인은 시로 출발했지만 동시에 더 열심이다.

동시집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를 펼쳐본다.
왼손 한쪽으로만 책을 잡으면, 첫 장부터 뒤쪽으로 순서대로 읽는 것보다, 역순으로 엄지 손가락을 움직여 마지막 장부터 앞쪽으로 넘기면서 보는 게 쉽고 편하다.
마치 기차를 타고 역방향 자리에 앉아 스치는 풍경들을 멀리까지 볼 수 있는 느낌과 같다고 할까?
새 책을 사면, 앞부분에만 관심을 주다가 뒷부분은 읽지 못하고 슬그머니 책을 덮는 일이 간혹 있다. 이럴 때, 번쩍 손을 들고 말하는 큰 목소리를 듣는다. “뒤에도 있습니다.”라고.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어떤 시인은 이를 ‘존재의 선회(旋回)’라고 불렀다.
‘시집’을 펼치면 ‘존재의 방향 바꿈’이 일어나는 순간을 만난다. 특히 ‘사람의 첫 마음’인 ‘동심’이 담긴 동시집을 펼친다면 그 기쁨과 즐거움은 더 클 것이다.
김춘남 시인의 네 번 째 동시집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 를 읽어 보면, “아하!”하고 장단을 맞추면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시는 ‘관발’의 차이인 관심과 발견

「소리, 쏘리」에서는 사거리에 사는 관계로 늘상 들려오는 119 구급차 싸이렌 소리가 소음으로 짜증나는 때가 많았는데, 어떤 계기로 그 소리가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소리로 앞의 차들에게 미안하지만 길을 비켜 달라는 ‘쏘리’로 들리게 된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 소리를 제대로 듣고 화자도 미안한 마음을 품고 이해하게 된다. ‘소리가 의미를 불러 온다’는 시의 원리를 느낄수 있다.
싱글 대디인 아빠가 사랑하는 딸에게 인정(?) 받고 싶어서, 딸의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 번호에 하트 표시 하나만 제발 붙여 달라는 애교 섞인 구애 행위의 「싱거운 꿈」은 독자를 슬그머니 웃음짓게 한다.

일상의 체험에서 건져 올린 작품으로 「행복 한 걸음」을 살펴보자.
시 속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한 걸음을 걸어도 ‘조심/조심’하면서 ‘초침처럼/초조’해 하지 말고, 첫 마음처럼 ‘한 걸음씩’ 걸어라고 부탁한다. 비록 더디지만 그 한 걸음은 ‘행복한 행복 한 걸음’이 될 수 있다는 무언의 격려를 보내고 있다. 이 밖에도 ‘보다’와 ‘듣다’의 이목(耳目) 집중을 보여주는 동시로 「담쟁이」,「겨울 산」,「시민공원 산책」이 있다.
문학은 간발이 아니라 ‘관발’이다. 관심과 발견이다. 간발의 차이가 극명한 스포츠 경기처럼 시에도 관발의 차이가 작품의 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이번 동시집에서는 「도라지꽃 열기구」, 「고래헤엄 치는 펭귄」, 「명품 사과」 등에 재미있는 ‘발견’이 있다.

리듬에 몸을 싣고, 라임에 글을 담고

시인들은 유독 청각이 예민하다. 김춘남 시인도 예외는 아니다. ‘말의 낌새’를 포착하면 달려들어 시로 엮는다. 「좀 그만, 조금만」 속에는 자기합리화적인 해석으로 언쟁을 하는 엄마와 아이가 제목을 통해 넌센스마냥 펼쳐진다. 웃지 않을 수 없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과 달리 시인은 달팽이 걸음과 시선으로 산책을 나선다.
라디오를 들으며 ‘흥얼흥얼, 공원의 나무들을 살펴보면서 ’쭝얼쭝얼’ 하기도 한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일상의 소중함과 기쁨을 노래하는 동시들로 「네버랜드 놀이터」, 「열매」,「겨울 동동 호호 동동」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삶의 품셈,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눈다

기도 덕분에 꽉찬 소원을 이룬 열매들 (「해바라기」), 여름 한 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매미를 칭찬하는 따뜻한 시선(「매미 일기」) 신문 기사를 통해, 애완을 넘어선 반려 동물 시대를 여는 (「인구 조사」) 등, 삶의 품셈을 보여주는 동시들도 음미해 보면 재미와 흥미를 맛볼 수 있다. 보고 들으려 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는 ‘오늘’(「시민공원 산책」이지만 관심과 사랑을 가지면 날마다 우리는 ‘좋아요’라는 선한 구독자가 된다.

오늘도 시치미 떼는 말과 글을 찾아 김춘남 시인은 산책을 한다.
길에서 만나는 맹인의 안타까운 길 찾기(「길」), 동네 마트에서 속보로 만난 ‘속 보이는 수박’덕분에 한바탕 웃음을 짓는다. 행복한 발걸음이 주는 「행복 한 걸음」의 가치며, 「존댓말」에 담긴 반려동물과의 인간의 미묘한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김춘남 시인은 동요 작사를 배울 때 들은 말을 들려준다.
”모든 시는 노래가 될 수 없지만, 모든 노래는 시가 될 수 있다.”
자장가처럼 편안한 휴식과 트로트처럼 즐거운 위로를 줄수 있는 동시를 찾기 위해, 시인은 오늘도 산책을 나선다.
김춘남 시인의 신작 동시집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는 사람들의 삶을 응원하고 위로해주는 좋은 친구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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