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고달픈 인생길을 노래로 풀어내는 신세령 가수
〈13〉고달픈 인생길을 노래로 풀어내는 신세령 가수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8.16 15:03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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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와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로
굴곡진 삶을 견뎌내지만 
베품의 삶은 나의 활력소
삶의 무게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활작 웃는 신세령 가수.
삶의 무게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활작 웃는 신세령 가수.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이란 노래가사를 품고 사는 여인과의 조우는 조금 낯설었다.

하늘을 모조리 차지한 층층나무에서 말매미의 울음소리가 한여름 더위를 더욱 달구는 지난 3일 울산시 북구 호계동에서 만난 그는 영상으로 보았던 씩씩함보다 가녀린 여인이었다.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에 담긴 노래 가사처럼 그의 어머니도 그도 비탈진 인생길을 참아내며 살아가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난하지만 베푸는 삶 선택

가녀린 그의 어깨는 짐이 많아 늘 무겁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많지만 숙명처럼 짊어지고 살아내고 있다고 한다.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짐이 되어 또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할 테니까”라며 벅차오르는 숨을 내 뱉었다.

그는 어렸을 때 사고로 지적장애를 가지게 된 오빠와 자폐증을 가진 조카를 부양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언니도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한다. 

“형제들을 다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명이지만 정작 내 인생은 빈 껍데기 같다”며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고 싶은 고달픔을 애써 참아내는 듯 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무조건 베풀라는 말씀을 하셨고 남에게 베풀어 상대가 행복한걸 보면 나는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다”며 눈물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장애를 가진 오빠와 조카가 함께 산지 16년이 되었다. 가수라는 직업만으로는 생계를 지탱하기 어려워 ‘플레임’이라는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크고 작은 일과 부딪혔고 경찰서는 가까운 이웃 같은 단골집이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일이 생기면 먼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풀 것인가를 고민한다”며 “바람 잘 날 없는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겼구나, 최선을 다해 한번 풀어보자”는 사명감 같은 것이 그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험한 가시밭길 혼자서 개척해야 한다. 누가 다리를 놔 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 가는 길에 익숙해져 있다”며 삶의 가차 없는 대결에서 더욱 씩씩해지는 그다.
어머니는 자신의 짐을 대신 지고 가는 딸을 가슴아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예쁜 치매에 걸려 아무것도 모르신다. 그것이 오히려 참 다행이다”고 고마워하는 착한 딸이다.

그는 통장에 잔고가 없어도 욕심이 없어 행복하다. 그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누구보다 많은 인적 자산이다.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 다독여주는 이웃들, 함께 아파해주는 지인들이 있어 나는 외롭거나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시 기운을 낸다.

그는 “가게를 오픈한 지 16년이 되었지만 단 한 번도 가게 문을 닫은 적이 없다”며 “나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문이 닫혀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걸 용납하지 못해 지독할 정도로 살아냈고 어깨에 짊어진 짐이 많아 아픈 것도 사치”라며 자신을 강하게 길들이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아침마당’ 꿈의 무대 도전과 인간극장 출연

그는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에 출연해서 자신의 삶을 닮은 노래 ‘여자의 일생’으로 1승을 거두었고 그 후 상처투성이인 사연이 알려지면서 ‘인간극장’에서 섭외 요청이 와 ‘굳세어라 신세령’편에 출연하게 되었다.

'인간극장' 마지막 촬영을 마치며 며칠을 함께 했던 PD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그의 인생에 발을 넣었더니 그의 설움과 웃음을 알게 되었고 억척스런 삶에 대한 격려이자 추앙의 박수를 보냈으리라 생각된다.

“인간극장 출연 후 팬들이 늘기 시작했고 팬들을 가족이라 생각하며 진심을 다해 마음으로 맞이한다. 의무적으로 다가가지 않고 의지하거나 무언가를 바라서도 안 된다”며 팬들의 사랑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는 일의 특성상 새벽에 귀가하지만 늦잠을 자는 일이 없다.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환경에서 살고 있으니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나에게 용기를 주는 박수를 치며 힘내자고 스스로 최면을 건다. 그것이 내가 하루를 여는 루틴이다”며 다시 힘을 내어 본다.

그의 고된 삶 뒤에는 늘 베품의 기쁨이 그를 지탱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그에겐 악플이 없다. 평생 가난과 함께 했으니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안다는 그는 휴대폰 없이, 목적지도 없이 어깨 위에 놓인 짐을 훌훌 벗어버리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 불가능할 리 없는 꿈이지만 그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빠와 조카가 또 무슨 일로 호출을 하게 될지 모르는 긴장과 불안 속에 살아가기 때문이다.

"오빠는 파지를 주워 작은 돈을 벌지만 근면성실하다. 생활비에 보태지도 않고 나를 위해 돈을 준적도 없고 얼마나 모아 뒀는지 조차 모른다”고 한다. 

“나에게는 쓰지 않아도 좋으니 아픈 조카를 위해 아주 작은 마음이라도 준비할 줄 아는 아버지였으면 하는 바람”을 알 리 없는 오빠의 정에 기대어 본다.
매일 아침 그는 식탁 위에 삼 만원을 준비한다. 만원은 오빠, 이 만 원은 조카 동훈이 몫이다.

“깜빡 잊은 날이면 줄때까지 전화를 해서 독촉한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은 기대하지 않지만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를 평화로운 날을 기대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내 삶의 회한이 싫어 질 때도 가끔 있다”고 무거운 숨을 쉬었다. 

나와 만나는 날에도 약속시간을 한 시간 늦추자고 양해를 구했다. 이유를 묻자 오빠가 사고를 쳐서 경찰서에 다녀와야 한다는 얘기다. “파출소에서 부르다가 이제 승진을 해서 경찰서에서 부른다” 며 겸연쩍은 웃음을 보였다. 늘 씩씩하게 일을 처리하고 다니는 그가 힘들어보였는지 말없이 커피 한 잔을 건네는 경찰이 고마웠다고 전했다.

■가수로서의 삶

그는 스스로 노래를 잘 하는지 몰랐지만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27세에 ‘부산 시민 노래자랑’에 나가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 후로 가수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무대 의상은 가수들이 안 입고 버리는 옷을 받아 몸에 맞게 리폼해서 입는 알뜰한 가수다. 신발과 악세사리도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비의 요정’ 이란 특별한 수식어가 생겼다. 늘 날씨가 도움을 주어 그가 무대에 서면, 비가 예고되었던 날씨도 화창하게 개고 비가 내리다가 그의 순서가 되면 놀랍게도 멈춰 야외공연중 비를 맞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하늘은 내게 다른 복은 안 줬지만 날씨 복은 준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삶은 굴곡지지만 그의 얼굴에는 구김이 없다. 가난하지만 베푸는 삶을 택한 그의 당찬 에너지가 그의 허무를 늘 앞지르는 것 같다.

‘열 살 아래인 동생 고시공부를 10년 정도 뒷바라지 했다. 낮에는 국밥집에서 밤에는 밤무대에서 쉴 틈 없이 일하며 도왔지만 동생은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며 남모를 슬픔을 안고 살았을 동생에게 미안해했다.

“동생도 나와 같은 DNA를 물려받아서인지 노래하는 것을 무척 행복해 한다. 물론 어려운 길이란 걸 잘 알지만 동생이 행복해한다면 그 길을 도와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다”며 가족이란 무거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가 역설적이게도 가족 안에서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그는 물리적인 나이 쉰여섯을 너끈히 삼십대로 조율할 수 있을 정도로 활기차고 스러지지 않는 젊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를 지탱하게 했던 것은 강인한 현실의 마디였다.

숙제를 해결할 때마다 대나무처럼 마디가 생겨나 세찬 비바람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 내공을 쌓게 되었던 것 같다. 무거운 삶의 편린들이 그토록 강인하게 내장되어 현실에 닿아 있었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추억과 아픈 응어리가 모여 인생을 만들지만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듣노라면 눈물이 솟구칠 만큼 애잔하다.
대표곡으로는 2017년 발표한 ‘어쩌다’와 2020년 발매한 2집 타이틀곡 ‘니나노’가 있다.

인터뷰 말미에 들려준 그의 노래는 한이 서려 있는 듯 했다. 굴곡의 서사로 점철된 희노애락이 노래에 담겨 울림이 큰 감동으로 와 닿았다. 친근한 말솜씨와 친화력으로 멋쩍음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뛰어난 노래로 파란 청춘의 갈피 속으로 데려다 놓는 매력을 지닌 그가 한여름 불볕더위처럼 뜨겁고 강렬한 가수가 되어 자신만의 인생길을 개척하길 바란다. 파란 많은 삶의 투쟁과 절규의 페이지에서 벗어나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뿌리는 곳으로 오롯이 신세령만을 위한 여행길에 나서는 것을 응원한다. /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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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희 2023-08-20 11:21:18
세령가수님 어느가을 하늘아래 단아하고 아름다운꽃 코스모스 처럼 예쁜 세령가수님 바람이 불어도 내면에 강인함이 감히 높이 평가 드리고 싶내요 호탕한 웃음과 만인을 이끄는 뭔지모를 매력있는 가수인것같아요 지금도 멋지고 예쁜가수지만 앞으로도 꽃길만 걸으세요 동생분도 신지용 이라는 가수님 이름걸고 대성하길 바람니다 팬님들 세령가수님 신지용 가수님 많이 사랑합시다

문미순 2023-08-17 09:13:22
열심히 사시는신세령가수님 응원해요홧팅

송성희 2023-08-17 04:39:03
코스모스처럼 몸은 하늘하늘 거려도 정신력 하나는
기네스북감 입니다ㆍ심한 감기가 걸렸는데도 무대에
올라가는순간 날라다니더라구요ㆍ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하는것을 지난븬 일일 매니져 하면서 ❤️ 심쿵 했잖아요.
신세령가수님 이제는 꽃길만 걸으소서 한걸음뒤에서 이친구가 그림자가 되어 줄구마~~~

김현호 2023-08-16 23:07:56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굳건히 살아가는 신세령 가수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김재형 2023-08-16 22:56:12
불굴의여전사..여인의일생에서처럼 여자이기 때문에 약한 것이 아니라 엄마이고 보호자로서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인생의 드라마였습니다.
껍데기만 있는 인생이 아니라, 그 울타리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을 느끼는 가족과 팬들이 있답니다.
행운의가수 신세령 가수님..
이젠 활짝 웃을 수 있는 시간만 허락되길 기도합니다.
나나노~~ 함께 부르며, 시름 걷어내 보자구요..
오늘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