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급 전환 검토 즈음에
코로나 4급 전환 검토 즈음에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8.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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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증가 폭 둔화해도
휴가철 지나면 확산 우려
촘촘히 점검 후 조정해야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40여년 전 가물가물한 학창시절, 주말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아든 게 이런 기분이었을 게다. 방역당국의 지난 한 주간 코로나 확진자 현황을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아마도 국민 대다수가 비슷한 심정일 터다. 이젠 상당한 시간이 흘러 만성이 될 법도 할 텐데. 다행히 확진자 증가 폭이 주춤거리긴 했어도, 하루 평균 4만 명대의 신규 확진자 수치에 조바심을 가지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듯하다.

엊그제 방역당국은 이달 중순하루 평균 6만 명, 하루 최대 7만6000명쯤 이를 것으로 전망한 확진자 증가 폭이 둔화했다는 코로나 집계를 발표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14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7일 0시부터 이날 0시까지 한 주간 코로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4만901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주일 전(5만388명)에 비해 약 2.7% 감소한 수치다. 6월 4주차부터 6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던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가 7주만에 주춤한 것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코로나 확진 감염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언제쯤 끝날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다. 사실 4만 명이란 숫자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어치피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수치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동량이 많은 휴가철이 지나면 바이러스 확산이 급격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냉방이 되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점도 바이러스 확산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5월 사실상 코로나의 ‘엔데믹’(풍토병화)을 선언하며 마스크 착용·격리 의무를 비롯한 방역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도 영향을 준 터다. 국민들 사이에서 ‘이제 코로나는 끝났다’는 인식이 퍼져서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느슨함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초 방역당국은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낮추면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에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신속항원검사와 유전자증폭(PCR) 검사 유료화 등을 함께 시행하는 것을 예고했으나 코로나 재유행을 이유로 지난 9일 연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국은 “8월 첫째 주까지 6주 연속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세를 보였으나 두 번째 주 증가폭은 둔화된 상황”이라며 “한 주간 더 유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이후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4급 전환 시기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를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감염병 등급이 4급이 되면 확진자 전수조사도 표본조사로 바뀐다. 

코로나가 과거보다 위협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인플루엔자(독감)와 비슷하다. 지난해 오미크론 대유행 때와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까지는 없을 터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 증가 폭이 주춤해도, 매일 4만 명 이상 나올 정도라면 얘기는 다르다. 게다가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감염자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명률이 낮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에서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늘 수 있다는 말이다. 방역 완화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마스크를 해제하기까진 아직도 ‘먼 길’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지배적이다. 코로나 종식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중대 고비’를 몇 번씩 넘긴 마당이다. 당국이 고민하는 사이 결단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민 99% 이상이 코로나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를 자문한 전문가들은 시간이 경과하면 모든 집단에서 면역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재감염 위험이 여전히 상존하고, 중증화 예방을 위해 고령층은 코로나 감염에 대한 주의와 하반기 백신 추가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연구원에 전달했다.

코로나가 유행한 3년여 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국민들이 겪은 고통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고려할 때 일상 회복의 과정은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비록 시기는 늦춰졌지만, 코로나 사태 정상화를 위해 어떻게 ‘연착륙’시키는 지는 관건이다. 

지금은 방역당국이 코로나 대응 체계를 촘촘히 재점검에 나서야 할 때다. 엔데믹 선언 이후 처음 맞는 휴가시즌이어서 국내 뿐아니라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도 한층 늘어나고 있다. 혹시라도 유행이 크게 번지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일상이 다시 위협받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최대의 적은 방심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마음가짐으로 차분히 제반 상황을 점검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확실한 준비를 갖춘 뒤 방역 단계를 조정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면역 취약계층인 고령자의 안전을 우선시 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는 10월 새 변이 대응 무료 접종 ‘대국민 홍보’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손씻기 등 셀프 방역만 잘해도 바이러스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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