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어르신들 도시 산책”...그들의 ‘노는 법’ 살피니
“울산 어르신들 도시 산책”...그들의 ‘노는 법’ 살피니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3.08.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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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즘

지난해 고령사회 진입했지만
번화가선 어르신 볼 수 없어 
그늘도 쉴 곳도 없는 환경 탓

어르신 가는 행로 들여다 보니
등산로·공공헬스장 등서 보여
울산박물관 2층 강당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 오후 2시께는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울산박물관 2층 강당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 오후 2시께면 영화관으로 변신하는데, 관람객 대다수가 노인들이다. 오는 30일께는 김승호·황정순 주연의 영화 ‘혈맥’을 상영한다.

[울산시민신문] 지난해 고령사회로 진입한 울산이건만, 노인들의 발걸음은 정작 주요 번화가에서는 좀체 찾기 어렵다. 신·구시가지로 불리는 삼산·성남동 일대는 2030세대로 하루종일 북적일 뿐이다. 젊은이들의 미래의 모습이기도 한 노인들이 어디로 가서 하루를 보내는지, 그들의 노는 법을 들여다봤다.

울산박물관 2층 강당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 오후 2시께는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올해 박물관 측이 상영하는 영화 주제는 ‘그때 그시설 영화를 아시나요’이다. 1950년대~60년대에 제작된 영화들이다. 오는 30일에는 1963년 만든 김승호·황정순 주연의 영화 ‘혈맥’을 상영한다. 박물관 측은 해마다 연말이면 한해 상영할 무료영화 목록 12편을 선정해 공개하고 있다. 

냉방시설과 200여 석의 좌석이 구비된 영화관은 옛 극장 느낌의 관람공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달 26일 상영한 ‘말띠 신부’(1965년 作) 관람객 대다수는 60~70대 노인들로 꽉 채웠다. 담당 직원은 “어르신들이 한 달에 두 편 이상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은 영화 관람 후 전시시설을 둘러보면서 더위를 식히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에서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은 여전히 드문 편이다. 경로당이나 복지관을 꺼리는 노인들이 동아리 활동 등을 즐길 프로그램도 많지 않다.

남구에 거주하는 69세 김모씨. 그는 도배작업이 힘에 부치자 석 달 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다. 그의 유일한 낙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 시니어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에 참가하는 거다. 일을 하면서 틈틈이 익힌 배드민턴 실력은 대회에 참가할 만큼 수준급이다. 그는 동호회에서 배드민턴에 갓 입문한 초보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울산대공원 앞 음식점에는 저녁시간대 젊은이 뿐 아니라 60~70대 노인들도 많다. 노인들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지만, 사회 참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든다. 사회적 이슈를 논의하는 노인들을 술자리 모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13일 오후 울산대공원 동문쪽 솔마루길 등산로 어귀. 챙이 긴 모자와 수건, 토시를 준비한 60~70대 노인 셋이 모였다. 솔마루길에서 선암호수공원까지 이어진 등산로를 걷기 위해서다. 자그만치 왕복 3시간여의 거리다. 이들은 시가지는 마음 편히 갈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앉아 쉴 그늘도 부족하고 조용히 걷기도 어렵다고 했다. 60대 중반인 이모씨는 셋 중 막내다. 그는 “집에 있으면 갑갑하고, 그렇다고 아파트 경로당에 가자니 눈치가 보인다”며 “형님(?)들과 등산로를 쉬엄쉬엄 걷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딱 가버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후 6시면 술 마시기 시작하는 ‘술시’인데, 집에서 찾기 때문에 6시 전에 집에 간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폭염에 그늘도 쉴 곳도 부족한 환경 탓인 듯 헬스장과 수영장이 있는 실내 공공시설도 많이 찾았다. 이날 오후 울산대공원 풍요의 못 주변에는 배낭에 등산복 차림의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인 셋이 대공원 헬스장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노인들은 솔마루길을 등산한 듯 연신 땀을 훔쳐댔다. 대공원 주변에 살고있다는 한 노인은 “헬스장은 냉방시설에 운동과 샤워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공원 헬스장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친구와 함께 대공원 헬스장에 등록한 이모(73)씨는 “대공원 산책 후 헬스장에서 한 두어 시간 운동을 하곤, 집으로 간다”고 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10여 평 남짓한 헬스장 탈의실은 등산복 차림의 노인들이 운동복으로 갈아입느라 분주했다. 

울산시설공단이 운영하는 대공원 헬스장은 매달 셋째주 월요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달 회원을 온라인으로 모집한다. 하지만 10분도 안 돼 정원 700명 모두 채우다시피 한다. 대다수가 노인 회원들이다. 공공시설이다 보니 만 65세 이상은 사용료 50% 감면 혜택이 주어진 탓이기도 하다. 헬스장은 이달 21일부터 내달 30일까지 샤워실 내 타일 교체를 위해 운영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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