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기다리며/문봄
버스를기다리며/문봄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9.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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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시 한 편》

 

 

 

 

 

 

 

 

 

 

 

 

 

 

 

 

 

 

 

 

 

[버스를기다리며 / 문봄]

 

라면에 밥을 퐁당
동생이랑 저녁을 먹었어요
작달비는 내리는데
엄마가 늦네요.

운동화가 두 켤레가
엄마 마중나가다
길고양이 만났어요.


야오옹 야오옹!
고양이 울음이 무서워
다다다다 다다다다
달음질로 다다른 버스 정류장

작은 우산 두 개가
빗물을 튕겨요.
엄마가 탄 버스를 기다리며

☆☆☆


문봄 시인의 《버스를 기다리며》 동시를 읽었습니다.
읽는동안  도깨비이자 요정이고 숲의 점령사인 토토로가 생각났습니다. 일본이 국적인 애니메이션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입니다.

사츠키와 메이 자매는 비 오는 날 버스를 타고 밤늦게 집에 돌아올 아버지를 마중 나갔다가 비를 맞는 토토로가 안쓰러워 아빠한테 줄 우산을 빌려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토토로가 우산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는지 힘껏 점프하고 내려오면 나뭇잎에 매달린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자, 기분이 좋아 환한 웃음을 짓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저도 토토로를 따라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토토로는 우산 보답으로 씨앗을 주기도 하고 훗날 엄마가 있는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왔다가 길을 잃고 울고 있는 동생 메이를 찾아주기도 합니다. 이웃집 토토로를 보는 내내 행복한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과 나도 라면에 밥을 퐁당 말아 먹고 작달비 내리는데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마중 나갔습니다.
신고 나간 운동화도 비에 젖었습니다.
무서운 고양이도 만났지만 오로지 버스를 타고 돌아올  엄마를 기다립니다.
길고양이가 혹시 요정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언제쯤 돌아올까요? 기다리다 동생이 잠들 수도 있는데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동생을 잘 보살피는 착한 언니이고요.
작달비 내리는 날 버스를 타고 돌아올 엄마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지금은 힘들지만, 먼훗날에는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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