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데 어우러져 더 아름다운 보랏빛 물결
한 데 어우러져 더 아름다운 보랏빛 물결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9.26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순과 이념으로 양분되어
통합의 길은 더욱 멀어지고
민생은 교집합에서 벗어나
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여름의 끝자락에서 빼곡한 소나무 숲 사이로 비친 햇살을 머금고 보랏빛 물결로 핀 맥문동은 작은 꽃이지만 소복하게 어우러진 군락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마치 우리가 사는 사회도 그들처럼 한데 어우러져 아름답게 살아가라고 경종을 울리는 듯 했다. 우리의 역사는 침울했으나 늘 다시 일어나 찬란하게 빛났다. 언제나 한 마음으로 나라를 지키려는 국민의 굳은 의지가 하나로 응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태는 이념과 진영으로 철저히 이분화 되어 평행선을 달리고 진실은 어느 곳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우리가 잘 알고 확신하는 생각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일을 진실이라고 믿고 착각에 빠져 고집하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강렬하게 믿기 때문에 진실을 부정하는 경우도 많고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중국 송나라 때 유명한 화백 대숭은 전원 풍경과 생동감 넘치는 소를 잘 그려 이름을 떨쳤다. 또 한간이라는 화백은 말을 잘 그리기로 유명했다. 이 두 화가를 사람들은 ‘한마대우’라고 했다. 그들이 남긴 작품으로는 ‘삼우도’와 ‘귀목도’ 등이 있다. 

대숭이 그린 투우도 한 폭이 전해오다 송나라 진종 때 재상인 마지절이 소장하게 되었다. 그림에 남다른 일가견을 가지고 있던 마지절은 그림을 수집하고 감상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았다. 특히 그가 소장한 투우도는 당나라의 유명한 명인이 남긴 작품인지라 극진히 아꼈다. 혹 그림에 벌레나 좀이 슬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단으로 덮개를 만들고 옥으로 족자 봉도 만들었다고 한다. 햇빛과 바람이 좋은 날을 택해 자주 밖에 내다 말리며 수시로 일광욕을 시키기도 했다.

어느 날, 대청 앞에 그림을 걸어 놓고 바람을 쐬어 주고 있는데 소작료를 내려고 찾아온 농부가 먼발치에서 그 그림을 보고 피식 웃었다. “글도 모르는 무식한 농부가 그림을 보고 웃다니!” 마지절은 화가 나서 농부를 불러 세웠다. “너는 대체 무엇 때문에 웃었느냐?” “그림을 보고 웃었습니다.” “이놈아! 이 그림은 당나라 때의 대가인 대숭의 그림이다. 그런데 감히 네까짓 게 그림에 대해서 무얼 안다고 함부로 비웃는 것이냐?”

마지절이 불같이 화를 내자 농부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면서 대답했다. “저 같은 무식한 농부가 어찌 그림에 대해 알겠습니까? 하오나 저는 소를 많이 키워 보고 소가 저희들끼리 싸우는 장면도 많이 보았기에 소의 성질을 조금 알고 있습니다. 소는 싸울 때 머리를 맞대고 힘을 뿔에 모으고 서로 공격하지요. 하지만 꼬리는 바싹 당겨 두 다리 사이의 사타구니에 집어넣고 싸움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빼지 않습니다. 아무리 힘이 쌘 청년이라도 소꼬리를 끄집어 낼 수 없지요. 그런데 이 그림 속의 소는 꼬리를 하늘로 치켜들고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절로 웃음이...” 

농부의 말에 놀란 마지절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대청에 걸어 놓고 일광욕을 시키던 대숭의 그림을 내리며 탄식했다. “대숭은 이름 난 화가지만 소에 대해서는 너보다 더 무식했구나. 이런 엉터리 그림에 속아 평생 씻지 못할 부끄러운 헛일을 하고 말았다. 그간 애지중지 했던 내가 정말 부끄럽구나.”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갈등과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매체들과 대비되는 이야기다. 대숭이 그린 아끼던 투우도의 오류를 쉽게 보듯 국민도 정치 사회의 언행의 오류를 쉽게 보고 안다. 그런데도 그들만 모르는 듯 행동한다. 마지절은 농부의 말에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탄했다. 

요즘 정치인들은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진실을 감추려는 행태만 보인다. 또한 통합을 강조하기보다 극명하게 이분화 되어 그들의 교집합에 민생이 있는지조차 알 수 가 없다.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고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들은 민생과 거리가 먼 어디쯤에서 진영논리만 외치고 있다. 모순과 왜곡으로 점철되어 가고 있는 사회를 더욱 호도하고 있으니 서로에게 한 걸음도 다가가지 못하고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한 송이 보다 보랏빛 맥문동 물결처럼 함께 어우러질 때 더 아름답고 향기롭다. 사람도 서로를 의지하며 더불어 살 때 더욱 행복하다. 마지절이 자신의 오류를 부끄러워하고 바로 잡듯 그들도 한 걸음 뒤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민생을 위한 행보를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