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리
아름다운 소리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10.26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독서는 인생의 나침반
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조선시대의 학문과 지위가 쟁쟁한 다섯 대신들이 잔을 돌리면서 흥을 돋우다가 ‘들려오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시제를 가지고 한 구절 씩 읊어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들이 읊은 아름다운 소리는 맑은 밤 밝은 달빛이 누각 머리를 비추는데 달빛을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소리, 온 산 가득 찬 붉은 단풍에 먼 산 동굴 앞을 스쳐서 불어 가는 바람소리, 새벽 창 잠결에 들리는 작은 통에 아내가 술 거르는 소리, 산골 마을 초당에서 도련님의 시 읊는 소리 등이 있다.

아름다운 소리가 어디 이것 뿐 이겠는가마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먼 산을 물들이며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여전히 귓전을 맴돌고 아이들이 책장을 넘기는 고사리 손에서 희망을 보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아진다.

교보생명 창립자 대산 신용호 회장의 뜻이 새겨진 교보문고에는 5대 운영지침이 있다. 초등학생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할 것, 한 곳에 오래 서서 책을 읽어도 그냥 둘 것, 이것저것 보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앉아서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훔쳐 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등이다.

책을 가까이 하는 아이들은 늘 존중해 주고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음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교보문고 표지 석 글귀는 대산의 깊은 뜻이 담긴 이야기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년마다 실시하는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절반 이상은 1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학생들은 입시 위주의 학습이 시급한 현실이어서 지성을 깨우칠 수 있는 독서는 뒷전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가 폭력적이고 이기주의로 변하는 것은 단절된 독서와 밀접한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결코 나쁜 인성이 될 수 없다. 인생의 어려운 고비나 굴곡이 오면 의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저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굳게 믿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세는 독서를 통해 쌓인 내공에서 발휘 될 수 있다 

폭력적인 영화, 게임에 익숙해지면 생각과 말과 행동이 거침없고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인터넷과 밀접한 요즘 아이들은 다소 공격적이고 불편한 내용들을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쉽게 접근한다. 거기에서 오는 부작용은 성장과정에 고스란히 남아 성격의 변화나 충동적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감각적 현실은 기억이 되고, 좋은 기억은 추억으로 남는다. 현실의 체험은 세월이 흘러 두뇌에 저장되는데 그 중 따뜻한 경험들은 가슴에 추억으로 쌓이곤 한다. 어린 시절 학교 가는 길에 길 옆으로 피어 있는 코스모스도 흐뭇한 미소를 안겨주는 아름다운 추억이며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지식도 마음을 키우는 보석 같은 추억이다.

좋은 책은 삶의 과정에 밝게 비추는 등대가 되어 인도하는 자양분으로 남는다. 책 읽기 중심의 독서교육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게 될지 한 번 쯤 생각해보는 가을이어도 좋을 것 같다. 그냥 피는 꽃은 없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한 자연과의 조화는 인간의 삶도 다르지 않다. 흔들리고 넘어지고 꺾이는 시기마다 탄탄하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높은 자존감이고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다. 독서는 자존감을 높여 나를 바로 세우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가장 좋은 스승이다.

언제나처럼 계절은 익숙한 듯 변하고 있다. 가을처럼 잘 익은 생각과 행동을 하고 싶다면 기품 있는 내면으로 충만해야 한다.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배우지 않아도 좋은 책을 만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기적이다. 책은 ‘지혜의 창구’ 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고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어 좋은 인생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멋진 벗이다. 온 산 가득 붉은 물을 들이며 스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고 한 장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은 이 가을을 아름다운 소리로 가득 메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