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시 한 편》
[친구가 갑자기 화를 낸다면/서금복]
_하계역
오래전,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섭섭한 꽃씨를 뿌렸을 거예요
그 꽃씨 점점 자라서
뿌리 내리고
줄기 피워 올리고
한 잎 두 잎 화나는 마음
자라게 했을 거예요
어쩌나, 내가 뿌린 작은 씨앗이 자라
호랑이꽃을 피웠어요
가만 들여다보면
꽃에, 줄기에, 뿌리에까지
내가 들어 있어요
미안, 미안해 친구야!
그래도 화를 풀지 않는다면?
그 이상은 나도 어쩔 수 없어요
미안함으로 나도 아프거든요.
*하계:도봉구의 중앙을 흐르는 한내[漢川]의 아래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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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좋은 말 한마디의 값어치가 크다는 것이겠지요.
내가 말하는 말이 곧 나를 나타냅니다. 무심코 한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된다면 나 자신에도 결국에는 상처가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무의식중에 나오는 말이라도 상대방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말이면 참 좋겠습니다.
말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 말하는대로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의 힘이란 죽은 사람을 무덤에서 불러낼 수도 있고, 산 자를 땅에 묻을수도 있다. 소인을 거인으로 살 수도 있고 거인을 망가뜨려 없애버릴 수도 있다." 독일 시인의 말이 서금복 선생님 동시《 친구가 갑자기 화를 낸다면》을 읽고 그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내가 뿌린 말의 작은 씨앗이 자라 호랑이 꽃을 피우지 않게 늘 신중하게 생각하면 말해야겠습니다.
생각 없이 했던 말 때문에 상처받았다며 미안, 미안해 친구야!
[글 :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