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서울’ 입법화 추진에 ‘독자 생존’ 찾는 울산
‘메가 서울’ 입법화 추진에 ‘독자 생존’ 찾는 울산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11.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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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과밀화에 ‘기울어진 운동장’ 지방
서울의 ‘묻지마’ 확장에 설 자리 잃어가
울산, ‘해오름동맹’ 연대 통해 활로 모색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29년 전 배우 한석규·최민식이 출연해 시청률 40%를 넘은 국민 드라마 ‘서울의 달’ OST다. 드라마는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비췄다. 청운의 꿈을 품고 상경한 청춘들, 내 집 장만해 가족과 오손도손 살고 싶은 부모들이 ‘서울의 달’을 보며 웃고 울었다. 굳이 오래 전 방영됐던 드라마를 새삼스레 꺼집어 낸 것은 대사나 인물 표현이 리얼해 지금 봐도 큰 괴리감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서울의 달’에서 배우 최민식이 연기한 춘섭이처럼 지방 청년들이 부푼 꿈을 안고 달려오는 우리나라의 돈과 사람, 인프라, 정보가 다 몰리는 곳이다. 인구 절벽으로 지방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터에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다 보니 ‘서울공화국’이라는 빗댄 표현도 나온다. 사실 살기 좋은 곳으로 인구가 쏠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식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도 있다. 일자리나 문화·교육·의료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게 현실이다. 

문제는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국토의 균형발전은 오래전부터 거론돼 온 해묵은 숙제이지만, 지금까지 국토균형발전 정책은 진전이 없고 되레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날이 갈수록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엄청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랄 만큼 그 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지역균형발전, 국토균형발전을 앞세워 표를 샀지만 지역은 제자리 걸음이다. 이호철이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을 낸 게 1966년이다. 그가 지금의 서울과 수도권을 소재로 소설을 쓴다면 뭐라고 할까. 아마 ‘만원(滿員)’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망연자실할 게 분명하다.

수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1월 시행을 눈앞에 뒀던 부울경 메가시티(광역연합)가 1년여 전에 좌초된 과정이 생생하다. 성사가 됐으면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설 전국 최초 사례로 한 획을 그었을 터다. 당시 집권 여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세 도시의 광역단체장은 같은 당 소속이지만 중앙당 차원의 조율과 개입 노력은 끝내 없었다. 그런데 그 흔한 용역보고서나 여론조사 한번 없이 느닷없이 메가시티를 들고 나와 ‘메가 서울’을 추진하겠다고 특별법마저 제정하고 있으니, 실로 뜬끔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단박에 전국 이슈가 된 것은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서울이기 때문이다. 서울 밖에서 같은 이슈가 제기됐다면 그냥 변방의 북소리로 묻혔을 것이다. 서울의 ‘묻지마 확장’은 결국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고, 지방소멸은 더욱 가속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 와중에 부산이 지역구인 박수영 의원은 부산 김해 양산 통합안을 주장하며 ‘메가 부산’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작금의 메가시티 논쟁을 보면서 지적해 두고 싶은 게 있다. 지금 세계적 추세는 지자체 간 통합을 통한 대도시권의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지역 간의 협력과 연대다. 일본 간사이 광역연합은 인근 8개 광역지자체의 연대와 협약 아래 운영되는 형태이지 행정구역 통합의 형태가 아니다. 지역 발전의 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지역연합도 마찬가지다. 세계의 도시는 메가시티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간 연합과 연계를 통해 지역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살리면서 함께 성장해 나갈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부울경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던 역동성도, 민주주의를 갈구하던 목마름도 말라버린 듯 해서다. 대신 지방소멸 얘기만 유령처럼 떠돈다. 그나마 대안으로 보였던 ‘부울경 메가시티’조차 ‘밥그릇 싸움’ 탓에 걷어차 버렸다. 그래 놓고 추진한 게 특별연합보다 훨씬 어려운 부산·경남의 행정통합이고, 실체가 희미한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이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지역 여론이 나빠 사실상 중단 상태이고 경제동맹만 꾸역꾸역 이어가는 모양새다.

메가시티와 관련해 ‘부산 중심의 빨대 효과만 가속화할 뿐’이라며 확연히 선을 그었던 울산시는 경제동맹과 해오름동맹을 함께 구사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해오름동맹은 신라문화권인 울산 경주 포항 세 도시가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2016년 6월 결성했으며, 이후 동맹시는 30개 사업을 공동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21일에는 세 도시 단체장이 울산에서 회동해 단일 경제권 성장, 초광역 교통망 형성, 광역문화 관광권 조성, 도시 안전망 구축 등 연대·협력을 다지는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그간 울산시는 해오름동맹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던 터다. 최근에는 동맹시를 하나로 묶는 해오름산업벨트 특별법 제정을 국토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지방 소멸의 경고등이 연신 울려대는 상황에서 해오름동맹이 울산시가 얘기하듯 ‘울산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생존전략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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