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명령어 / 이현영
아름다운 명령어 / 이현영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11.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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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시 한 편》

 

 

 

 

 

 

 

 

 

 

 

 

 

 

 

 

 

 

 

 

아름다운 명령어 / 이현영


시골에 가면
지나가던 차도 멈춰 선다

우리 집에 들어가라
읍내 갔다 금방 온다

밥 먹고 가라
그냥 가면 서운타

퍼뜩 받아라
어른이 주는 돈은 받는 기다

다음에 내려올 때는
너거 옴마 키 따라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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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 가면 지나가던 차도 멈춰서서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눕니다. 아재 아지매입니다. 그 집에 누가 살고 오늘은 무슨 날인지 그 집에서 오늘은 뭘 하는지 그 집 밥숟가락몇개인지 알 수 있을 만큼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시골 동네는 그냥 대문 열어놓고 누구든 들어가서 쉬어도 이상하다고 말할 사람 없었습니다.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지폐도 오랜만에 찾아온 손주들에게 서슴없이 내어주곤 했습니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아이에게  어른이주는돈은 받는 거라고 너 나 할 것 없이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많이 먹고 너거 옴마보다 커가 오라는 할머니 말을 듣는 손주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고기반찬 없어도 꼭 밥 먹고 가라는 할아버지 할머니 말은 어릴 때 우리가 한 번쯤 꼭 들었던 말들입니다. 갈 때마다 하는 똑같은 말들이라 잔소리 같고 명령 같지만, 그 속에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말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자랐던 집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고 엄마가 자랐던 집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계시고 이보다 더 따뜻한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오래된 고목처럼 웅장하게 느껴집니다.떠나려는 우리를 붙잡고 마당 한가운데서 속사포처럼 쏟아내시던 많은 말들이 그립습니다.

 저도 그랬고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랐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걱정이었습니다. 지금도 다정하게 그리워지는 아름다운 명령은 우리를 너무 사랑해 무조건 내어 주시기만 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이었기에 그리운 것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점점 사라지는 시골 그리고 그곳을 지키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지 않아 그래서 그런지 이현영 시인의 동시 《아름다운 명령》이  따뜻한 그리움으로 마음 깊이와 닿습니다.


[글 :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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