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울산무형문화재 제7호 쇠부리소리 보존회 이태우 명예회장
〈18〉울산무형문화재 제7호 쇠부리소리 보존회 이태우 명예회장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12.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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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가 담긴 달천철장
쇠부리소리문화재단설립과
울산문화재에서 국가문화재로
철박물관 건립의 꿈 담아
쇠부리소리 보존회에서 쇠부리소리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이태우 명예회장.
달천철장 쇠부리 홍보관에서 쇠부리소리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이태우 명예회장.

가을색이 짙어간다는 것은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자연의 기별이다. 익숙한 듯 먼 산에서부터 우리에게 한 해의 갈무리를 귀띔하던 지난 달 2일 북구 소재 달천철장에서 쇠부리소리 보존회 이태우 명예회장을 만났다. 

백수를 누리신 어머님과 한 번도 떨어져 산 적이 없을 만큼 효자인 이 명예회장은 한 달 전 어머니를 여읜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리움과 회한으로 점철된 시간에 가을색이 짙어 그의 감정을 더욱 자극했겠지만 쇠부리 소리의 보존, 전승을 위해 아픔의 그늘을 깊숙한 곳에 잠시 숨기고 열정을 다해 설명해주신 이 명예 회장께 감사드린다,

■달천철장의 유구한 역사

삼한시대부터 철이 생산되었던 울산에서는 토철, 즉 흙 속에 있는 모래알갱이 모양의 철광석을 녹여 쇳덩이 만드는 작업을 해왔는데 쇳물을 부어 철을 만드는 이 작업을 쇠부리라고 한다,

예부터 흥이 많은 우리 민족은 힘든 일을 할 때 노동요를 부르며 그 시름을 잊고자 했다. 쇠부리 작업도 마찬가지로 노동집약적 산업이고 힘든 노동의 특성상 노동요가 생성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 노동의 무게를 덜고 쇠부리가 잘 되기 위해 부르는 노래가 ‘쇠부리소리’다.

역사적인 철 생산 과정을 되새기고 당시의 몸짓과 소리를 재연한 문화적 함의를 담고 있다.
달천철장의 쇠부리소리는 2019년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인 의미가 깊다.

이 명예회장은 “2000년 전부터 이어 온 달천철장은 그 유구한 역사에 비해 예술혼을 입히지 못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최근 철문화연구소에서 달천철장을 재조명하고 있지만 정작 울산에서는 관심이 크지 않다. 그렇지만 “꼬불꼬불 둘러서 가고 험난한 가시밭길로 가더라도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는 신념으로 언젠가는 도착하여 울산에 철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소망을 잊은 적이 없다”며 결의를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제주도 덕수리 마을의 솥 굽는 소리, 정선 탄광 개발 한국예술제 등 타 도시와 교류하며 달천철장의 권위와 위상을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그가 일본의 철 박물관에 갔을 때 울산 달천철장에서 왔다고 하니 박물관장이 직접 나와 공손하게 대접하며 예를 다했다고 한다. 그만큼 달천철장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더 높다.

“일본 철 문화 연구원에서 달천철장은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철장이니 꼭 보존해달라는 부탁을 겸했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그 역사적 의의를 깊이 새기고 있다”면서 정작 우리는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조선의 철강왕이라 불렸던 구충당 이의립은 조선 중기 달천철장을 발견하여 무쇠 제조법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생산된 양질의 철을 나라에 공납했다. 이의립은 ‘효를 다하려고 하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나라에 효를 다 하겠다’며 조선의 부국강병에 헌신한 인물이다. 울산의 철은 수많은 왜적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지금의 우리나라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철과 유황, 비상은 ‘3보’로 불렸다고 한다. 왜구의 침략에 맞서기 위한 무기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였다. 그 가운데서도 달천철장은 기억을 잇고 역사를 이어가는 문화광산이다.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보존

이 명예회장은 한국철문화 회장과 고고학자, 금속학자, 철문화박물관 관장과 더불어 쇠부리 문화 보존,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비를 들여 각종 심포지엄과 포럼에 참석하여 의견을 청취하고 그것을 쇠부리축제에 녹여 대중 속으로 깊이 침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결국 바위를 뚫는 것은 강함이 아니라 꾸준함이라는 말처럼 타 지역과의 문화교류, 벤치마킹 등 다양한 통로로 쉼 없이 나아가고 있다.

“회원들과 정선한국예술제에 참석했을 때 탄광개발을 하던 곳에 영화 제작을 접목시킨 점이 유독 눈에 띄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위험하고 낙후했던 탄광이 그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재조명 되는 것에 놀라움을 금지 못했으며 아끼고 보존하려는 노력에 박수와 부러움이 교차했다”며 대중 속으로 이끌어내는 일에 두근거리는 여운이 남았다고 한다.

한편 달천철장은 지하 300m의 수직갱도로 그 위상이 실로 대단하지만 비소라는 물질이 소량 함유되어 있어 갱도 체험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소의 함량은 인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지만 그것이 발목을 잡아 유구한 역사가 수직갱도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보물 같은 수직갱도의 위상을 드러내 쇠부리축제의 킬러 컨텐츠로 부각 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관광자원화 사업은 꼭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7호 쇠부리소리 축제 공연.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7호 쇠부리소리 축제 공연.

쇠부리축제의 핵심 킬러 컨텐츠는 쇠부리 소리, 타악 페스타, 쇠부리 복원 실험, 쇠부리 대장간 체험 등이다.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컨텐츠를 더 많이 개발하고 부각시켜 다른 축제에 견주어도 손색없고 감동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며 마음속 깊이 각인된 생각이 끊임없이 그를 움직이게 한다.

“온양 외고산 옹기축제, 장생포고래축제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며 더 역사가 깊고 의미가 깃든 쇠부리축제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것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더욱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쇠부리축제를 더욱 활성화시켜 관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쇠부리 문화재단’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새마을 운동 초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 북구문화원 산하단체로 풍물분과위원회 설치 위원장을 맡아 쇠부리소리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2004년 부여 한국예술제에 참석한 자리에서 쇠부리소리가 무형문화재에 등재되었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깊이 반성했다”면서 그때를 반추했다.

“그 후 쇠부리놀이 보존회에서 쇠부리소리 보존회로 명칭을 바꾸고 무형문화재 등록을 위해 회원들과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문화재 등재가 되고나니 그때의 고생보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과 자부심이 나를 기쁘게 했다“는 그는 국가 무형문화재 등재도 추진 중이다.

그는 “문화재 지정도 중요하지만 보존이 더욱 중요하다”며 지나 온 50년 보다 앞으로의 50년을 더 절실한 마음으로 쇠부리소리를 연구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해 수릉원에서 개최한 제58회 한국민속예술제에서 쇠부리소리가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며 멀고 험한 여정에 용기와 응원의 선물이었다고 한다,

울산박물관에서 강연을 통해 울산지역의 문화유산인 쇠부리소리를 널리 전파하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는 무형문화재 등재에 급급해 쇠부리소리와 축제를 어떻게 계승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안일했다면 이제 부터는 지키고 발전시키는 시간이다“며 마음을 다졌다. 달천철장과 더불어 철기 문화의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대장간이라 생각한 그는 대장장이 육성사업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울산의 대장간은 성남동과 우정동, 남창 등 각 지역마다 산재해 있었으나 지금은 언양시장 내에 있는 대장간이 유일해서 기술 교류와 보존이 시급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울산 쇠부리소리의 특징은 가사에 암호화로 되어 있는 문자가 많고 다른 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쇠를 제련하는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으며 울산에서 발생하고 채록된 소리다. 쇠부리소리는 크게 쇠부리 불매소리, 쇠부리 금줄소리, 애기 어르는 불매소리, 성냥간 불매소리가 있다. 

쇠부리 금줄소리는 좋은 쇠가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사설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애기 어르는 불매소리는 아기가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부모가 일을 나가고 집에 없을 때 울거나 보채는 아기를 달래면서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소망하며 할머니가 불러주던 노래와 쇠부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성냥간 불매소리는 대장간에서 불로 철을 달구어 망치로 두들겨 철기구의 모양을 만들고 담금질을 하면서 뜨거운 불의 열기와 망치를 두들기는 힘든 일에 대한 고달픔을 해소하는 한편 나라의 안녕과 가정의 화목, 부귀영화를 기대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이 명예회장과 쇠부리소리 보존회 회원들의 진심이 절정에 다다랐으니 국가 무형문화재 승격과 철문화박물관 건립의 꿈도 무르익어 갈 것이다. 공적영역을 빌려 부모님을 모시지 않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는 요즘, 끝까지 어머니와 함께 한 그에게서 따뜻한 삶을 견지하는 올곧은 정신의 소유자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를 여읜 슬픔으로 일상이 무기력한 낙담에 결박되지 않고 치유의 손을 건네는 희망과 조우하기를 바란다.

또한,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철의 역사를 간직한 쇠부리소리 보존회가 이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대중 속으로 투영시켜 울산의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보존, 발전되기를 염원한다. 우리의 고유한 내적 정서가 담긴 역사가 퇴보하거나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쇠부리소리 보존회 이태우 명예회장의 걸음을 응원한다. /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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