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뿌리 부울경, 말로는 ‘공생’ 행동은 ‘각자도생’
한뿌리 부울경, 말로는 ‘공생’ 행동은 ‘각자도생’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3.12.0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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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나온 ‘서울 확장안’ 시발에 
부·경 행정통합 수면 위 재부상
울산, 해오름동맹 상생 본격화

7일 조경태 뉴시티위원장 울산서
김두겸 시장과 메가시티 논의 주목
지난달 21일 울산 남구 롯데호텔울산에서 열린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 정기회에서 이강덕 포항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주낙영 경주시장(왼쪽부터)이 상생협력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울산 남구 롯데호텔울산에서 열린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 정기회에서 이강덕 포항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주낙영 경주시장(왼쪽부터)이 상생협력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시민신문] 국민의힘이 쏘아 올린 ‘메가 서울’로 시작된 메가시티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울경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미 폐기돼 없어진 ‘부울경 메가시티(특별연합)’와 반대 여론에 밀려 동력이 사라지는 듯했던 ‘행정통합’ 이슈가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하고 있으며, 울산은 이런 부산 경남과 거리를 두고 이웃도시와의 연합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7일 울산 찾는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 특위위원장이 김두겸 시장을 면담해 메가시티 구축 논의에 나서는 가운데 한뿌리인 부울경의 최근 이 같은 행보는 지방 소멸이라는 현실에서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각자도생을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뒷받침하고 지역 거점도시를 메가시티로 확대해 전국 도시 재편까지 시도하고자 최근 특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메가 서울’에 이어 추진하는 부산 경남 두 시·도를 합친 인구 660만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포는 서울이라는 최대 도시에 사실상 흡수되는 형태인 반면 부산 경남의 행정통합은 두 도시가 각각 300만 명이 넘는 인구와 지역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론의 호응도 낮다. 행정통합 추진은 부산 경남이 지난 5·6월 두 차례 여론 조사에서 지역 여론이 나빠 사실상 중단된 터다.

부울경 세 광역단체장들이 법적 근거를 가진 특별연합을 폐지하고, 지난 7월 12일 임의기구인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출범시킨지 벌써 넉 달여가 흘렀다. 
특별연합은 그렇다 쳐도 경제동맹은 여전히 실체가 모호하다. 법적·행정적 근거가 전혀 없는 협의체 기구에 불과하다 보니 세 도시가 3개 시·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경제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연대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특별연합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느슨한 결속에 그친 탓이다.

지난 2월 특별연합이 폐지 결정될 때부터 예견된 후폭풍이다. 특별연합은 그동안 부울경이 각자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 혼자서 노력을 해 봤지만 잘 안 됐기 때문에 추진한 것이다. 

사람과 돈, 경제 등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됐다. 관련법을 제정한 정부도 35조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특별연합이 예정대로 올해 1월 시행됐다면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설 전국 최초 사례로 한 획을 그었을 터다. 

이런 가운데 울산은 경주 포항과 메가시티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해오름동맹’ 지자체인 세 도시 광역단체장은 지난달 21일 울산에서 열린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세 지역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육성해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상호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담은 공동선언문에도 서명했다. 

선언문에는 해오름 지역 주민 삶의 질 증대 등을 목표로, 단일 경제권 성장과 초광역 교통망 형성, 광역문화 관광권 조성, 도시 안전망 구축에 상호 협력해 나간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울산은 경제동맹과 별도로 해오름동맹 중심의 초광역 협력사업 추진에 무게를 싣고 전력 투구하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협의회 회의에서 해오름동맹의 특별연합체인 가칭 ‘신라광역경제청’ 설립을 언급한 이유다. 세 도시가 처한 지방소멸 극복을 위해 단순한 행정협의체를 넘어서 경제공동체 동맹으로 나아가겠다는 얘기다. 

김 시장이 두 달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오름산업벨트 특별법을 건의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세 도시 경제 기틀인 중화학(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철강소재) 산업의 규제 해소와 특례를 강화한 ‘슈퍼 산업권’을 만들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거다. 

7일 오후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위원장이 울산시청에서 김두겸 시장과 면담을 갖는다. 국민의힘은 중앙당 차원에서 메가시티 재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 조 위원장의 울산 방문 역시 이 연장선에서 이뤄질 예정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린다.

메가시티 전문가들은 “작금의 현 상황은 부울경이 공생보다는 옛날로 돌아가는 것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각자도생에 나선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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