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달구는 메가시티 논쟁
정국 달구는 메가시티 논쟁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12.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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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으로 외연 확장
지방의 메가시티 더 시급
폭 넓은 공론화 이어져야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거대한’이라는 접두사 ‘메가(Mega)’를 붙인 메가시티는 ‘매우 큰 도시(Very Large City)’라는 의미다. 유엔 기준에 따라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를 뜻한다. 도쿄, 상하이, 델리, 뭄바이 등의 도시가 그 예이다. 메가시티가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계기는 800만 부산 울산 경남이 힘을 합쳐 수도권에 맞먹는 도시 경쟁력을 갖추고자 추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충청권 메가시티, 광주전남 메가시티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부울경 메가시티가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으로 논의 수준이 축소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크게 수그러들었다. 이렇게 꺼져가던 메가시티 불씨가 뜻하지 않게 서울에서 다시 살아났다.

집권 여당이 쏘아올린 ‘김포, 서울 메가’가 그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접 도시와 메가시티를 만들자는 구상은 과거 정부에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진원지가 서울인 탓이다. 서울 밖에서 같은 이슈가 제기됐다면 그냥 변방의 북소리로 묻혔을 터다. 게다가 총선을 앞뒀다는 시기적 특성으로 파급력은 메가톤급이다. 여당은 '서울 부산 광주 3축'으로 메가시티 전선을 확대하며 이슈몰이에 나서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메가시티’를 둘러싸고 전국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드는 형국이다. 

최근 메가시티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의 서울 편입 추진 당론에 비수도권이 반발하면서 지역 거점도시로까지 메가시티 전선을 확장하면서 촉발됐다. 메가시티 논쟁은 크게 두 가지 갈래다. 첫째는 주지하다시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국한된 메가시티 논쟁이다. 둘째는 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등 거점 광역도시를 포괄하는 메가시티 담론이다. 기존의 메가 서울에서 전국을 ‘서울 부산 광주 3축 메가시티’로 나눠자는 메가시티 구상안이 이미 나왔고, 최근에는 ‘대전 대구까지 3+2 메가시티’ 구상을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까진 자치단체장들이 제각각 지역의 이익을 우선하는 목소리를 내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정당은 정당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지역 이익만을 따지는 형국이다.

이런 메가시티 구상은 느닷없이 떠오른 이슈는 아니다. 각 지자체별로 여러 형태의 광역 경제권 구현을 위한 정책 도입이 검토 중이거나 이미 시행 중인 정책도 있다. 동남권의 경우 부산 경남 행정통합이 추진 중이고, 울산은 해오름동맹도시인 포항 경주와의 연합에 본격 시동을 건 터다. 그런데 부산 경남 행정통합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꺼낸 정책이라 얼마만큼 추진력이 붙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5, 6월 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오듯 인지도가 낮고 반대 여론도 높다. 이해관계마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에 실현될 가능성조차 희박해 보인다.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울산은 포항 경주와 결성한 해오름동맹 중심의 초광역 협력사업 추진에 무게를 싣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울포경 세 도시 단체장은 지난달 21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만나 세 지역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육성해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상호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단순한 행정협의체에서 경제공동체 동맹으로 나아가겠다는 얘기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구 감소다. 지방은 소멸로 죽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 수도권 집중화가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터다. 인구 절벽에 처한 지방으로서는 서로 손을 잡고 새로운 성장의 축을 마련해 사람이든, 돈이든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에 대항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과 주변 지역에 국한된 협소한 의미의 메가시티 구상보다는 지방 주요 광역도시로 메가시티 전선을 확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나왔던 이유다. 수도권 빨대 현상을 타파하고, 국토의 균형 발전과 저출산·고령화 해법을 위해 지방 주요 광역도시로 메가시티 정책의 외연을 넓히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메가시티에 대해 국민적 관심은 높다. 문제는 시기와 과정이다. 총선을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한다는 것과 정치권이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어쩐지 미덥지 않다. 지역마다 다양한 특성이 있는데 공론화 과정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이런 면에서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메가시티 프로젝트 방향성이 걱정된다. 벌써 여당 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 추진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이유다. 메가시티 구상이 성공할려면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 '거대한' 논쟁의 끝이 시시한 결론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정치권의 백가쟁명식 해법이 난무하다가 시간만 허비하고 말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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