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신청 초읽기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신청 초읽기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4.01.05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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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유네스코 등재 신청
3월 서류심사, 실사 등 거쳐
내년 7월 등재 여부 최종 결정
한반도 선사 문화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신청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그윽한 산세로 둘러싸인 대곡리 반구천 전경.
한반도 선사 문화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신청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그윽한 산세로 둘러싸인 대곡리 반구천 전경.

[울산시민신문] 한반도 선사 문화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본격적으로 세계유산에 도전한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천전리 각석’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등 두 개의 국보를 묶은  것이다. 

■이달 중 영문신청서 제출

5일 울산시에 따르면 이달 말 문화재청 주관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영문신청서를 최종 제출할 예정이다. 신청서에는 고래잡이 묘사의 창의성과 다양한 시대상 등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세계유산으로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호소할 계획이다. 등재는 오는 3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 서류심사에 이어 현지실사, 평가를 거쳐 내년 7월 결정될 예정이다.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큰 비가 올 때마다 물에 잠기는 암각화 보존 대책 마련이 관건인데,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문 설치 부분이 가시화되고 있어 걸림돌이 사라지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수문(3개)을 설치하면 사연댐 여수로 수위가 현재 60m에서 52.2m로 낮아지면서 수위 53m에 위치한 암각화 침수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지난해 5월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는 사연댐 안전성 강화사업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해 589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확정했다. 이에 환경부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등 후속조치를 진행중인데, 내년 공사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선사시대 최고의 걸작품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을 낀 절벽 아랫부분에 자리한 높이 4m, 너비 10m의 바위 암석이다. 고래·호랑이·사슴·멧돼지 등 바다와 육지 동물, 사냥 장면 등 모두 300여점의 그림과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들 다양한 그림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엿 볼 수 있는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 고래와 고래잡이 과정의 주요 단계를 새긴 부분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1970년대 초 발견된 천전리 각석은 대곡천 중류 기슭에 청동기~신라시대까지의 각종 도형과 글, 그림이 새겨진 암석이다. 다양한 기하학적 무늬와 동물, 추상화된 인물 등은 청동기시대 작품이다. 배 그림, 800여 자의 명문은 신라시대 조성된 것으로 신라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등재 시 세계적 유물로 위상 변화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가치 평가는 상당 부분 이뤄져 왔다. 국내는 물론 세계 고고학계와 암각화 권위자들은 반구대 암각화를 세계 유일의 고래사냥 그림이 새겨진 독보적 문화유산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09년 4월 ‘문화재의 공익·경제적 가치 분석 연구’ 보고서 발표에서 반구대 암각화를 문화재 중 ‘으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에는 암각화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492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 3079억 원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만큼 이제부터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어떻게 제대로 알려갈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암각화에 대한 연구 수준을 높여야 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의 전문가도 초청해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가치를 여러 세계

암각화와 비교하는 등 객관적 가치를 자료화해야 한다. 국내 암각화의 위상을 명확하게 해놓지 않고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신청에서 또다시 시간만 허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맑은 물’ 확보 대책 수립해야

반구대 암각화는 식수원인 사연댐 저수구역 안에 있어 매년 집중호우 때나 우수기에는 물속에 잠기기 일쑤여서 7000년 전 선사인들이 새긴 고래, 사냥모습 등 그림들이 조금씩 퇴석하고 있다. 이런 암각화 훼손을 줄이는 방안은 최대한 물속에 잠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암각화를 물에서 선뜻 건져 올리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물을 빼면 울산 식수가 그만큼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수문 설치 후 사연댐의 예상 용수 공급량은 하루 13만1000t으로 계획량(18만 t)보다 4만9000t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울산시 관계자는 “댐 수위를 낮추는 것과 시민 식수 확보에 대한 대책 등은 유네스코 등재 국내 절차를 마치는 과정에서 정부와 상당 부분 합의 조율이 됐다”며 “유산 보존 만큼이나 중요한 울산 시민의 맑은 물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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