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에너지 분권 실현 한 해가 되 길
울산, 에너지 분권 실현 한 해가 되 길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4.01.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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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생산한 에너지 기대 
수도권 키우는 구조 바뀌어야

지역 차등 전기요금 실현 땐
인구절벽 막을 묘안 될 수도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 시행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시행 규칙 등 하위 법령을 마련해 오는 6월 14일 시행에 들어간다. 법 시행은 국내 에너지 체계의 대변혁을 예고할 터다. 국내 전력망은 영·호남과 충청 지역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 등으로 보내는 구조다. 둘러 말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안전과 건강, 환경 문제 등으로 기피시설로 간주되고 있는 발전소를 두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울산 등 지방에 기대 발전해왔다는 의미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무임 승차’하고 있는 셈이다. 분산법은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바로 잡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낼 전력망을 구축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2008년 시작돼 10년 넘게 갈등이 이어졌던 ‘밀양 송전탑 사건’에서 보이듯 서울 등에서 쓸 에너지를 보낸다고 제 집 앞산과 들판에 생채기를 낸다는데 누가 반기겠나. 분산법 시행은 정책적으로 에너지 소비자가 있는 곳에 발전소를 지어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 분산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변화를 몇 가지 들어보자. 우선, 전력공급 및 거래방식의 변화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발전소와 전력공급망을 통한 판매독점자와 별개로 특화지역(특구)내 직거래 및 발전 겸업 사업자가 출현할 수 있다. 에너지 특구에서는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저렴한 전기공급도 가능해진다. 에너지 자급률이 높은 지자체 입장에선 저렴한 전기를 앞세워 전력이 대량으로 필요한 이차전지,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인재 양성 등 인프라 측면에서도 다른 지자체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분산법의 첫 수혜인 ‘전국 에너지 특구 1호’ 선점을 놓고 벌써부터 지자체 간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울산을 비롯해 제주, 부산, 전남, 경북 등 발전시설이 있는 지자체에서는 특구 지정을 위해 별도 조직을 꾸리는 등 움직임이 바쁘다.

에너지 특구 다음으로는 차등요금제 도입 내용이 기대감을 높인다. 법안에는 울산 등 원전 소재 숙원인 차등요금제 도입 근거가 담겼다. 그동안 원전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은 원전 가동에 따른 안전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도권을 위해 전기를 생산하는 만큼 전기요금 부문에서라도 혜택을 봐야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최근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의 필요성을 알렸다. 지난해 12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KTX 요금도 거리가 멀어지면 가격이 비싸지는 등 구간마다 요금이 다른 것처럼 송전 거리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이 현실화하면 전기 생산량이 많은 울산은 호재로 작용할 터다.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곳과 수도권 등 전력 소비가 많은 지역에 각각 다른 요금 체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 인프라와 함께 낮은 전기요금으로 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기업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차등요금제와 관련해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지난해 말 입법예고한 ‘분산에너지법 시행규칙(안)’에 차등요금제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한 수도권 여론, 복잡한 전기요금 체계개편, 원전 소재 지역에 대한 ‘중복 지원’ 논란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법안은 직판 허용과 설치의무화에 따른 분산에너지 시장 확대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전력 직거래 허용으로 발전-판매간 다양한 유형의 거래가 발생할 것이다. 특히 RE100 이행을 위한 PPA(전력거래계약) 거래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렇게되면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현재의 중앙집중형 공급방식인 전력산업에서 지역의 역할이 확대될 터다.

에너지 분권 실현은 인구 절벽에 시달리는 지방을 살릴 묘안이 될 수 있다. 지방에 산업단지나 다양한 방식의 특구를 만든다고 해도 기업이 오지를 않는다. 울산도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려고 오랜 기간 노력했고 일정 부분 성과도 냈다. 하지만 기업 몇 개 온다고 새로운 산업 기반이 갖춰지지 않는다. 인재나 자본이 풍부한 수도권을 떠날 리 없다. 지방에는 기업이 와도 자본이 없고 일 할 사람도 적다. 미래 먹거리라고 불리는 첨단 산업이 모두 수도권으로 몰려간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에너지 생산자 지위를 누리지 못한 울산이다.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울산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 첨단산업이 지방에 들어설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울산이 에너지 주권을 찾아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의 한 해가 되 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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