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울산을 ‘노잼 도시’라 했나...곳곳에 ‘핫플’ 즐비
누가 울산을 ‘노잼 도시’라 했나...곳곳에 ‘핫플’ 즐비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4.01.12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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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끄는 매력없는 도시라는데
역사가 없나, 이야깃거리 없나 

태화강 물길 따라 암각화까지
스토리텔링 통해 친밀감 높여야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울산시민신문] 많은 사람들이 울산을 ‘노잼 도시’라고 한다. 여행을 가기엔 특별히 끌리지 않는 도시라는 뜻이다. 울산은 딱히 보여줄 만한 꺼리가 없다는 얘기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노잼도시’를 치면 울산이 대전과 함께 ‘노잼도시’ 양대 산맥 구도를 형성하는 알고리즘이 나온다. 이 알고리즘에 따르면 울산시민은 지인을 울산에 초대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일이 1순위일 정도다. 태화강변과 시내 구경이 선택지에 들어있는데, 어떤 경우든 ‘바다를 보여주고 집에 보낸다’로 마무리된다. 가만히 있다가 끌려온 대전에겐 미안하지만, 울산이 노잼도시인가 아닌가는 울산 시민에겐 자긍심을 건드리는 중대 사안이다.

■꿀잼 가득한 울산

울산은 1960년부터 급격히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이방인들이 체감하는 이미지는 그리 밝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우중층한 공장 굴뚝이 숲을 이루다 보니 ‘잿빛도시’로 각인되어 왔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수질은 급격히 생태성을 잃었다. 지금도 외부 사람들이 울산하면 ‘산업도시’, ‘공업도시’, ‘회색도시’를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이유다. 

그러니까 울산이 노잼도시라는 건 서울의 연남동이나 압구정 로데오 거리, 부산 자갈치·국제시장, 대구 동성로, 경주 황리단길처럼 울산하면 선뜻 떠오르는 핫플레이스(인기 관광지)가 없다는 뜻이겠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울산을 조금만 살펴보면 꿀잼 요소가 가득하다. 공해도시에서 친환경 생태도시로 울산의 빛깔을 바꾸게 한 태화강 국가정원은 대표적이다. 국가정원 주변은 1급수인 태화강이 굽이굽이 흘러 도도히 감싼다. 너른 잔디밭에 나무, 꽃들이 어우러지고 철새들은 사시사철 싱그러운 대숲 위를 마음껏 날아다닌다. 

요즘 국가정원에선 10만여 마리에 달하는 떼까마귀들이 노을을 배경으로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특히 대숲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 휴가차 방문한 이후 국내 명소로 떠올랐다. 

이제 국가정원은 산책이나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각종 축제나 공연 행사장, 계절꽃 체험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한 공간으로 시민 생활 기저에 자리 잡았다. 휴식이나 여가를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기적이라고까지 불린 태화강의 수질 개선은 친수공간이라는 선물을 시민들에게 선사했다. 대규모 수변 녹지공간은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였고, 한때 ‘죽음의 강’에서 ‘자연·생태의 보고’로 환골탈태했다는 극적인 스토리까지 갖춘 국가정원이 탄생했다.

시내 한복판에는 110만 평의 대공원이 들어섰고, 고래라는 특화된 관광 콘텐츠를 가진 장생포 고래문화 특구, 선사인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인 반구대 암각화, 전국 해맞이 명소인 간절곶 등도 울산에 있다. 그뿐 아니다. 정자대게, 언양불고기, 장생포고래고기는 지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음식이다. 볼거리도 풍부하다. 강동 해안가의 주상절리·몽돌해변, 빼어난 기암괴석을 잇는 대왕암 출렁다리는 2021년 개통 이후 인기가 끊이질 않는다. 영남알프스로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수려한 가지산, 신불산 등 1000m 이상 즐비한 고봉들은 휴일과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온 산꾼들로 붐빈다. 

산과 바다, 도심지 내 대규모 공원 조성 등 다른 지역이 부러워하는 관광자원을 보유한 울산으로서는 노잼도시 딱지가 영 마뜩잖을 터다. 

사실 노잼도시라는 못을 박은 이들은 울산 사람이다. 울산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울산에 뭐 볼 것 있어”를 입에 단다. 물론 노잼도시라는 표현이 감성적이거나 인상에 따른 느낌이어서 그저 웃고 넘기면 그만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에 담긴 뜻은 새겨볼 일이다. 이제 사람들이 도시를 ‘재미’라는 척도로 바라본다는 얘기다. 노잼도시 극복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먼저 즐거운 일상을 누리면서, 내 고장에 달린 ‘노잼 꼬리표’를 단호히 부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태화강 위 오페라하우스 추진

울산시가 새해 들어 그 시작점을 케이블카와 연계한 관광특구 조성에서 찾으려 한다. 관광특구는 동구 대왕암공원과 일산해수욕장 일원 약 2.3㎢, 울주군 영남알프스 일원 약 3.4㎢가 대상이다. 시는 지난해 3월부터 특구 조성 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내년 3월까지 3년 간 진행 중인 이 용역은 대왕암공원 일원을 해상케이블카 개발사업과 연계한 특구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상케이블카 사업은 대왕암공원 일원과 일산수산물판매센터 인근에 길이 1.5㎞ 규모 해상케이블카를 비롯해 집라인(길이 940m), 스카이 엣지워크(너비 30m 높이 90m), 짚 타워(해발고도 132m) 등 체험형 놀이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는 665억 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전액 민자로 추진된다. 사업시행자인 특수목적법인(SPC) ‘울산관광발전곤돌라’가 최근 실시계획인가를 승인받아 올해 상반기 공사에 들어가 2025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남알프스 산악특구 역시 산악케이블카 개발과 연계해 추진된다. 등억지구 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약 2.48㎞ 노선을 계획하고 있다. 총사업비 644억 원은 전액 민자다.

울산시는 울산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는 태화강에 또 하나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추가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태화강 위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무엇보다 건립 위치를 ‘태화강 위’로 계획한 게 눈길을 끈다. ‘강’을 소재로 한 세계에서도 유사 사례가 없는 특별한 공연장 건립이다. 

시는 현재 국내외 사례 조사 등을 통한 공연장 규모와 정체성 확립, 하천 점용에 관한 사항, 건립비용 마련 방안 등을 연구하는 ‘사전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을 진행 중이다. 시는 일단 공연장 규모로 2500석과 1000석 등 건축물 2개 동을 구상하고 있으며, 건축 설계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건축가에게 맡길 예정이다. 공연장 건립 방식은 ▲태화강 상부에 건립하거나 ▲강 양측인 중구와 남구 둔치에 각각 공연장을 짓고 교각으로 연결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시는 상반기 중 기본 구상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시민공청회를 갖고, 올해 말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누군가는 울산이 재미없는 이유는 사람을 확 끄는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울산은 관광도시로 유명한 부산이나 경북 경주를 찾을 때 ‘잠시 들렀다 가는’ 코스라는 인식도 많다. 관광업계에선 울산을 체류형이 아닌 경유하는 도시로 여기는 실정이다. 2022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3~2024 한국 100선’을 보면 울산은 태화강 국가정원 등 4곳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신규 지정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시민들 삶 속으로 들어와야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우리네 곁에 수천년 전 시작된 세계적 문화유산을 두고도 이를 단한번 제대로 살펴본 일 없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다. ‘반구대 암각화’ 혹은 ‘천전리 각석’이라는 말은 뉴스를 통해서나 접할 뿐이다. 사람들이 찾도록 만드는 역사성과 스토리텔링은 관광의 키워드다. 그런데 울산에 역사가 없나 스토리가 없나. 

이참에 태화강 물길을 따라 수천년 전 시작된 전 인류가 사랑하는 국보인 암각화와 각석을 답사하고, 시민 식수원인 사연댐 건설로 고향 잃은 실향민의 사연을 들어 보면서 새로운 의미 있는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생성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면적이 넓으면서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존한 울산이 관광지로서 뒤쳐질 이유가 없지 않나. 

울산시가 새해 들어 체류형 숙박 관광객 증가를 위해 국내·외 관광객 유치 특전 제도를 개편하고 지역 내 다양한 매력을 찾아 홍보하는 여행사에게 최대 200만 원을 준다고 한다. 그동안 관광자원개발에 소홀했다는 의미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울산은 지난 2022년 말 광역시로는 처음으로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됐다. 법정문화도시는 단순히 시설이나 재정적 지원을 뛰어 넘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역문화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해 정부로부터 향후 5년 간 150억 원을 지원받는다. 문화적 프로그램이 부족한 울산으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프로젝트다. 

올해는 사업 추진의 2년차이다. 시 측은 “1년차가 구·군특화사업을 스토리텔링 해 도시 브랜딩으로 제시하면서 경제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라면 “2년차인 올해는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끌어내겠다”고 했다. 시는 지난해 국·시비 30억 원을 투입해 ‘울산문화박람회’, 구·군 특화사업, 문화전환PD 운영, 문화도시 창작콘텐츠 활성화 지원 등 10개 분야에 16개 세부 사업을 추진했다.

김두겸 시장은 “올해는 주력산업 고도화와 수소, 이차전지, 탄소중립 등 신산업 육성으로 산업수도 울산의 명성을 지키면서, 울산이 가진 천혜의 자원을 잘 활용하고 문화·관광·체육 기반을 강화해 나가면서 진정한 ‘꿈의 도시 울산’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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