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의 변주곡
북핵의 변주곡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4.02.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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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스와 사익 추구,
핵 개발과 핵우산

명분과 실리 사이,
필요악
김정배 논설위원
김정배 논설위원

북한의 움직임을 놓고 말들이 많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전쟁할 결심”을 한 듯하며 “6.25 직전만큼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대남노선을 확 바꿔 남한을 “전쟁 중인 가장 적대적인 관계”로 규정하고 ‘남남’으로 살자고 선언한 상황이니 그런 상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50년 북한의 의도, 능력, 조건과의 비교 분석이 없어 지극히 자의적이다. 일부 언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핵 개발 또는 전술핵 배치”만이 대안이라는 해묵은 말을 반복한다. 궁지에 몰린 북한이 “핵무기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란다. 순항미사일이 한주에 세 차례나 발사된 터라 일리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핵무기 관련 그런 주장들은 따져 볼 점이 많다.

첫째, 북한은 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가? 어리석고 무모하기 짝이 없어 보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 점은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의 역학 관계의 흐름과 맞물려 있어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 2006년 북한이 첫 핵실험을 했을 때 상황을 떠올려보면 수긍이 된다. 당시 한국과 미국 사회는 크게 동요했고 정적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한국에서는 포용정책이 공격받았고, 미국에서는 강경정책이 비판받았다. 보수세력은 노무현 정부가 미국 정책을 따르라고 위협했고, 진보세력은 미국이 햇볕정책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한미동맹’과 ‘민족공조’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를 놓고 싸웠다. 사실보다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인식과 판단이 갈린 것이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북한의 의도와 목적에 대한 면밀하고 체계적인 분석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2023년 2월 미국 국가정보국의 연례위협평가를 참고할만하다: 김정은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권의 최고 보증”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그것을 “포기할 뜻이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적 인정을 받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핵 억제력 강화를 통해 정권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둘째,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진전되었는가? 북한은 2006년 이후 여섯 차례 실험을 이어왔고, 2017년 9월 수소폭탄을 실험했으며, 2018년 4월 목표를 달성했으니 더는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 북한은 20~60개 핵탄두를 만드는데 필요한 양의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고 지금도 생산하고 있다. 2017년 7월 미 국방정보국은 핵탄두의 소형화를 이미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2021년 1월 김정은은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 표준화하고 전술 무기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 년 뒤에는 핵 비축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하고” 전술 핵무기를 “대량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개발 목표를 달성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최근 핵무기 운반체의 다양화와 성능 향상에 집중하면서 2022년 이후 80차례 이상 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안보리는 핵무기와 “모든 종류의 탄도 미사일” 시험을 금지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발사 시험을 계속하면서 미사일의 “이동성, 신뢰성, 효능, 정밀성, 생존 가능성, 접근 조작성”을 발전시키고 있다. 단-중거리탄도미사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다양하다. 2017년 액체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와 화성-15를 발사했고, 2022년 12월 지대 혹은 잠수함 발사 고체 로켓을 시험했고, 2023년에는 세 차례나 미 대륙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8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극성-2를 비롯하여 남한과 일본 및 지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단-중거리탄도미사일 성능도 개선했다. 이러한 진전은 패트리엇, 이지스 탄도 미사일 방어, 사드 등 한미의 미사일 방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최근의 ‘불화살 3-31’ 시험 발사는 해군의 핵 작전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미사일 개발의 진전은 동북아와 미 본토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셋째, 일부의 주장처럼 우리도 “핵 개발 또는 전술핵 배치”로 맞서야 하는가? 미국의 ‘핵우산’이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한국의 불안에 응답하여 2023년 4월 한반도에 전략자산의 정기적 전개를 약속해 주었다. 그러나 핵 개발이나 전술핵 배치는 전혀 다른 문제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서 “한미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합의 및 국제 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핵 개발도 전술핵 배치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일관되게 북한에 ‘대화와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서 핵 개발이나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는 것은 미국과 한국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구나 북한의 핵 정책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조차 하다.

북핵은 단순히 군사 전략적 차원만의 문제도 아니다. 혹자는 북핵이 미국에 필요악(必要惡)이라고 주장한다. 제거되어야 할 위험이지만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냉전질서의 부분적 해체와 부분적 유지를 바라는 자들에게 북핵은 독이 든 ‘선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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