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암각화
[데스크 시선] 암각화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4.02.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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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국내 학자들이 선사시대의 암각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70년 울산 울주군 대곡천 중류 기슭에서 발견된 천전리 각석과 2년 후 이곳과 2㎞쯤 떨어진 곳에서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되면서부터이다. 이 두 곳의 선사문화 유적 발견은 한국 암각화 연구의 기폭제가 됐다. 암각화가 울산의 상징이 되기 시작한 것도 이무렵부터이다. 문화재청은 이 두 곳의 유적지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묶어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신청했다.

인류 최초의 포경인은 스페인 북부 바스크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4년 영국 BBC가 인류 최초로 고래잡이를 한 곳이 한반도라고 보도해 큰 관심을 끌었다. BBC는 그 근거로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그림을 제시했다. 암각화에 새겨진 58점의 고래와 고래사냥 그림은 BC 6000년께부터 선사인들이 거친 바다를 누비며 고래를 삶의 현장으로 끌어들였다. 고래는 대략 3000만~5000만 년 전 등장한 지구상 최대의 포유류다. 울산 연안에는 돌고래, 밍크고래 등이 심심찮게 그물에 감겨 죽은 사체로 포획되고 있다. 우리말에 ‘고래등 같은 집’, ‘술고래’, ‘고래힘줄 같은 고집’ 등의 언어습관을 봐도 고래는 조상들과 관계가 밀접했음을 알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09년 4월 펴낸 보고서에서 문화재 중 ‘으뜸’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문화재의 공익·경제적 가치 분석 연구’ 보고서에서 암각화의 연간 경제적 가치를 4926억 원으로 평가했다. 세계유산인 팔만대장경 3079억 원보다 훨씬 높게 평가했다. 국내 모든 문화재를 통틀어 선사학적 가치가 가장 높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평했다.

천전리 각석에는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각종 기하학적인 문양과 뱀, 사슴, 반인반수(半人半獸) 등이 새겨져 있다. 신라 법흥왕 때 왕족과 화랑들이 사냥을 즐겼다는 기록도 있다. 국내 30여 곳의 암각화 유적 중 ‘암각화’가 아닌 ‘각석’으로 불리는 유적은 천전리가 유일하다. 기하학적 문양 등이 표현된 암각화보다는, 제작 시기와 화랑들의 이름, 당시의 직위명 등이 명확한 신라시대 글자를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해 1973년 국보 지정 당시 ‘천전리 각석’이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이 천전리 각석이 50년 만에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라는 새 이름으로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절차를 밟는다. 명칭 변경은 작년 8월 문화재청 현지조사와 지난 15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 문화재청은 28일 명칭 변경을 관보에 고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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