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전기본 최대 관심사, 신규 원전 반영
11차 전기본 최대 관심사, 신규 원전 반영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4.03.0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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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전력 수급 여건 변화 속에
원전 중심의 새 전기본 발표 임박

서생 주민들 원전 2기 유치 희망
탈핵단체, 재생에너지 비율 높여야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원전에 대한 평가는 여론이 극명하게 갈린다. 찬성론자들은 경제와 산업계 전력공급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반대론자들은 유출 사고 시 재앙적 환경파괴 우려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은 친원전·탈원전으로 급변하면서 원전 산업도 롤러코스터를 타듯 부침을 겪는다. 

이명박 정부는 ‘원전 르네상스’를 표방했고, 박근혜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에도 원전 비중을 일정 부분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쪽에 주사위를 던졌고, 윤석열 정부는 친원전을 선언했다. 어떤 대통령이건 역사에 남는 위대한 인물이 되길 바라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탈원전을 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쪽도, 원전을 건설해서 보다 싼 에너지를 쓰자는 생각에 비중을 두는 쪽도 다 국민들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을 터다.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에 착수하면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원전 유치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찾아가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2기(새울 5·6호기) 유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서생면 21개 마을 이장단은 작년 11월 5일 주민 4041명의 서명이 담긴 원전 자율 유치 서명지를 관할 관청인 울주군에 제출했다. 서생지역 인구가 7600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원전 유치에 찬성한 셈이다. 

서생 주민들의 원전 자율 유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건설 중인 새울원전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는 주민들이 유치 희망 건의서를 제출한 이후 실제 원전 유치까지 이어졌다. 주민들이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것은 원전 건설로 인한 혜택이 큰 탓도 있다. 주민들은 새울 3·4호기 자율 유치로 1500억 원의 상생협력자금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탈핵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지난달 20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논의 중단과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것을 촉구했다. 지역 탈핵단체는 “서생지역 신규 원전 유치는 부울경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민 신청을 수용해 서생면에 신규 원전 2기가 들어서면,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을 포함해 울산에만 6기의 원전이 들어선다. 울산과 바로 인접한 부산에는 5기, 경주에는 6기가 가동 중이다. 울산권이 17개의 원전에 들러싸인다는 게 탈핵 단체의 논리다.

기본적으로 원전은 찬반 여론이 크게 갈리는 사안이다.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니면 사실은 안전한지의 판단은 신(神)의 영역일 터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새로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해도 어떤 크기로 몇 기나 지을지, 장소는 어디로 할지, 주민들 설득은 어떻게 할지 논의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산업부가 11차 전기본을 논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작년 7월이다. 10차 전기본을 발표(2023년 1월)한 지 반년 만에 새 전기본의 시작을 알렸다. 산업부는 전기본을 매 2년마다 작성하기 때문에 6개월 만에 새 전기본 논의를 시작한 것은 이례적이다. 10차 전기본이 재생에너지에 방점을 둔 문재인 정부에서 작성했기 때문에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펴는 현 정부가 서둘러 새 전기본 수립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1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주목되는 사안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 포함 여부이다. 최근 산업부는 서울 모 일간지의 ‘신규 원전 4기 건설’ 보도와 관련해 “신규 원전 관련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신규 원전 검토 필요성을 잇따라 공개 언급하고 주민 집단 움직임에 11차 전기본 관련 언론 보도가 잦은 것으로 보아 초안 발표가 임박한 듯하다. 

세계 대다수 국가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의 해답을 원전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국내외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 건설, 운영 등 전 주기에 걸친 강력한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고,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2009년 12월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4기 수주 이후 멈췄던 K-원전 수출도 현 정부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건설이 불가리아 원전 건설(총사업비 18조7000억 원)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해외시장에서 수주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탄소 중립과 전력 소비가 많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산업을 뒷받침하려면 원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산업부가 내년 수립 예정인 11차 전기본 수립 일정을 앞당긴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이번 11차 전기본의 최대 관심사는 신규 원전이 몇 기 반영될까 일 터다. 전력 다소비 업종인 제조업이 국가중추산업인데다 반도체, 바이오, AI 등 첨단산업을 장착해야 하는 우리 경제 현실에서 전력은 단순한 에너지를 넘어 경제혈류이다. 산업계에서는 원전 생태계 활성화와 원전 수출을 위해서도 다수의 신규 원전 반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 운영은 국익과 국민들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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