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생존 절박감에 기형적 그린벨트 해제 총력
울산, 생존 절박감에 기형적 그린벨트 해제 총력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4.03.2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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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그린벨트 정책, 20년 만의 대대적 변화
도심을 에워싼 울산 그린벨트 도시발전 저해
金시장 “GB 해제로 산업도시 옛 명성 되찾겠다”
울산시 개발제한구역 현황도.
울산시 개발제한구역 현황도.

[울산시민신문] “시민분께서 ‘화끈하게 풀어 달라’고 하셨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한 달 전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비수도권 그린벨트(GB) 대폭 해제 계획을 내놓은 뒤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바꿔 울산을 비롯해 부산 창원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대도시 등지의 그린벨트를 풀 방침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선거철이면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때문에 식상하고 안이한 정책 아이템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울산에서는 이 문제가 절박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본지는 울산권 그린벨트의 문제와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 울산 면적의 4분의 1이 GB

대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60대 A씨. 그는 최근 울산을 떠나 인근 경주에 전원주택을 지어 정착했다. 울산은 땅값이 비싸고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갖추기가 너무 까다롭다는 게 이유다. A씨 같은 퇴직자에게 원하는 택지를 공급하지 못한 이유 중에는 울산시의 정책 부재 못지않게 그린벨트 탓도 크다. 
현재 울산의 그린벨트는 268㎢ 규모로 울산시 면적(1060㎢)의 25%에 이른다. 1962년 울산 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된 뒤 대기업이 속속 들어서자 정부는 1972년 당시 기초단체인 울산시와 울주군 경계를 따라 너비 5㎞가량의 거대한 녹지띠를 그린벨트로 지정했다.
그린벨트는 통상 도시 외곽이나 주변부를 따라 설정돼 도시를 둘러싸는 형태로 묶이지만, 유독 울산은 도시를 가로질러 공간을 분절하는 형태로 싸면서 도시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금도 울산 도심을 그린벨트가 에워싸고 있어 근교의 야트막한 민둥산조차 개발이 어렵다.
오죽했으면 윤 대통령이 울산 방문에서 “울산이 광역시가 되고 울주와 통합한지 30년이 다 됐는데, 도시 외곽에 있어야 할 그린벨트가 통합된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고 했겠나.

■ 金시장 “울산의 미래...GB 해제에서 찾아야”

이번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 변화는 2001~2003년 7개 중소도시 그린벨트가 전면 해제된 이후 20년 만의 대대적 변화다. 울산시는 그린벨트 해제 발표가 울산에서 이뤄진 만큼 본격적인 해제도 울산에서 시작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등급에서 상위 1~2등급지의 개발을 허용한 지역전략사업 발굴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는 김두겸 시장이 지방선거 당시 내놓은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울산의 그린벨트는 기형적으로 도시 중심부에 위치하면서 도시공간을 분리하고 수십 년간 지역 균형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김 시장은 취임 초부터 기업 유치를 위해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며 울산권 그린벨트 해제의 필요성을 적극 언급했다. 대규모 기업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 정주여건 개선, 의료시설 확충 등 산업수도 울산의 미래 성장 해법을 그린벨트 해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수조사를 통해 그린벨트 상위 1~2등급지도 보존가치를 따져 환경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지역은 확실히 보존하고, 보존가치가 없는 곳은 해제해 산업 및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산단 유치로 일자리를 늘리고, 나아가 종합대학과 의료시설 확충을 통해 정주 여건도 개선해 과거 산업수도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그 모든 청사진의 시작과 해법을 그린벨트 해제에서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략사업 발굴로 지역개발 물꼬 터야

울산은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으로 지정된 물량이 38.1㎢에 이른다. 해제된 비율은 38.7%, 전국 평균 해제율 61.5%보다 크게 밑돈다. 전국 7개 권역의 총량 소진율 중 최저 수준이다. 최고 소진율을 보인 부산권(79.8%)은 80%에 육박하고, 가장 낮은 대전권(40.9%)도 40% 선을 넘었다.
소진율이 저조한 것은 그만큼 개발 가용지가 많지 않은 탓이다. 울산은 그린벨트의 81%가 환경영향평가 등급에서 해제 협의가 어려운 상위 1~2등급 임야다. ‘해제 가능’을 뜻하는 3~5등급 비율은 20.8%에 불과하다. 이마저 소규모로 산재하거나 구역 정형화가 어려운 한계 등으로 인해 해제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1~2 상위 등급지도 필요하다면 해제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지역개발에 물꼬를 터 줄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 전략사업 발굴에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촘촘한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예외를 인정할 지역전략사업은 국무회의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서 선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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