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하늘에 뜬 문학은 어떤 빛깔일까?
울산 하늘에 뜬 문학은 어떤 빛깔일까?
  • 최경호
  • 승인 2013.01.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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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민족문학회, <민족문학> 10호 펴내··· 시인 정인화·백무산·이기철 등 신작시 실어

“어쩌면 저도 같이 비바람 함께 맞으며 아픔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아무도 잃지 않겠다고 다시는 저 파렴치한 세상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을 위해 철탑처럼 꿋꿋하게 서 있고 싶은 그들의 편이 되어서 아픔을 바람 소리에 파묻고 있는 것은 아닐까?”-정현신 시 ‘봄을 기다린다’ 몇 토막

울산,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공해로 찌든 공업도시’를 떠올리지만 울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선입견에 그저 피시식 웃고 만다. 울산에 석유화학단지와 현대를 비롯한 수많은 공업단지가 꽉 차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공해로 찌든 죽어가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울산은 고래가 넘실대는 짙푸른 동해안과 몽돌과 물이 맑기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정자 해변,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간절곶을 비롯한 수많은 해수욕장, 국보 반구대 암각화(1995년 6월 23일 국보 제285호로 지정)와 천전리 각석(1973년 5월 4일 국보 제147호로 지정)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울산은 잦은 노사분규와 비정규직 문제 등이 첩첩이 쌓여 있어 문학이 아예 싹트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척박한 땅일수록 문학이 더 튼튼하게 잘 자란다’는 시인 이소리 말처럼 울산에는 그 어느 곳보다 더 탄탄하게 뿌리를 내린 문학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더 많은 노동·민족문학을 싹 틔우고 있다.

울산민족문학회(대표 정현신)가 이번에 펴낸 <울산민족문학> 제10호도 그 알찬 열매들이다. <울산민족문학> 10호에는 노동시인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시인 백무산과 정인화가 쓴 시와 역사평설도 실려 있다. 이 문예지는 민족문학회 정현신 대표가 쓴 ‘봄을 기다린다’를 첫 페이지로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 김연민 포토에세이 ‘무청의 꿈’, ‘늦가을의 정경’, ‘배롱나무 옆에서’, ‘섬’ 등이 시처럼 이 책을 읽는 이들 가슴 깊숙이 다가와 말을 건네고, 어깨를 툭툭 친다. 사진이 시요, 시가 곧 사진이라는 것이다. 시에는 김영훈 ‘가을꽃·1’ 등 3편과 나정욱 ‘매화낭구에 붙은’ 등 10편, 박화선 ‘논’ 등 9편을 비롯해 시인 백무산·이기철·이길은·이인호·정관웅·정현신·황주경 등이 쓴 시 63편이 실려 있다.

시인 정인화·서현우가 쓴 역사평설과 황주경 ‘피에타, 자비를 베푸소서’를 비롯한 서정홍·구정희·박화선·배성동·정대준·손승욱·김일길 등 수필 17편도 읽을거리다. 문예지에서 흔히 읽을 수 없는 희곡도 실려 있다. 주선미 세상살이 옴니 ‘달 위에 뜬 무지개’가 그 글이다.

그밖에 울산민예총이 지난해 이끈 민족예술제 ‘도깨비 난장’ 축제 이모저모도 만날 수 있다. 그래. 문학이 없는 세상은 죽은 세상이나 마찬가지다. 문학이 새록새록 숨 쉬고 있는 울산은 동해안에서 갓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싱싱한 도시다. 문학은 이미 죽은 세상도 살려낼 수 있다. 공해와 노사분규,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신음하는 울산을 살리고 있는 것도 다름 아닌 문학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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