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수상하다.
날씨가 수상하다.
  • 강경수
  • 승인 2013.03.16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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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날씨와 관련된 이야기만큼이나 많은 것도 없다. 과학기술이 숭상받는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자연에 의존해서 살 수밖에 없다.

날씨는 인간의 역사에 크고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지금이야 일기예보가 보편화돼 날씨 예측이 가능하지만 예전에는 그러지 못했다.

-하찮은 동물도 날씨 변화에 민감-

모든 것을 주변 생물의 움직임이나 인체의 변화로 감지했다. 가령 박쥐가 집안으로 날아들고 소가 들판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면 뇌성과 함께 큰 비가 오게 돼 있다. 또 고양이가 자기 털을 핥거나 거위들이 안절부절 못하면 사나흘 이상 궂은비가 내린다.

우리안의 돼지가 입에 짚을 물고 사부랑대거나 가만있던 당나귀가 울어대면 소나기가 예상된다. 웬만큼 시골생활에 이력이 난 탓인지, 나 같은 사람도 비나 눈쯤은 일기 예측이 가능하다

집 가까운 논에서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면 틀림없이 밤에 비가 오게 돼 있다. 그것도 악을 써서 한꺼번에 울어대면 제법 큰 비가 짐작된다.

흔히 보는 달무리도 비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구름이 산마루에 낮게 깔리고 차갑던 날씨가 갑자기 포근해 지기 시작하면(거기다 바람까지 잦아지면)

굵은 눈이 하염없이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만일 그것이 비였다면 마당개 조차 우리 안에서 옴짝달싹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체의 반응은 우리 조상들의 민간전승적 날씨 관찰법의 하나였다. 몸을 혹사해야 하는 농경생활 때문에 관절이 성치 못했고, 기후에 민감한 뼈마디가 궂은 날씨를 잘도 짚어줬다.

무지한 탓에 예전 우리의 측후 방법이나 기술이 어느 수준이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서양 사람들의 날씨 예측은 제법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개구리와 거머리.귀뚜라미 등의 동물을 날씨 예측의 시험물로 삼았다. 우선 개구리를 물을 반 쯤 채운 항아리 속에 넣고 알맞은 크기의 사닥다리를 놓아두었다. 개구리가 물속에 있으면 비가 올 것이고,사닥다리 위로 오르면 날씨가 맑을 것으로 예측했다.

시험은 적중했다. 날씨 변화에 민감한 거머리도 훌륭한 ‘날씨박사’로 명성을 떨쳤다. 귀뚜라미 또한 ‘가난한 사람의 온도계’ 로 불리워 왔다. 정확한 기온을 화씨로 가르쳐 줬기 때문이다.

-불규칙한 기후변화는 인류재앙 예고-

귀뚜라미가 15초 동안 몇 번 우는가를 세어 거기에 37을 더하면 화씨온도가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발상 아닌가. 그러나 날씨에 관한 한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지적만큼 정확한 것도 없다.

“하늘의 날씨 변화는 거짓말 할 줄 모르는 태양만이 예고한다.” 3월 초순인데도 엊그제는 일부 지역의 기온이 30도 가까이 치솟았다. 100년만의 3월 고온이니, ‘봄의 실종’이니 하며 아우성이다. 음력 정월이면 내가 사는 동네만 해도 엄동설한에 영농채비는 꿈도 못 꿀 때 인데 벌써 파종 나들이다.

일편 좋은 듯 하면서도 촌로들은 못내 걱정들이다. 변덕스러운 기후가 달갑지 않다는 표정들이다. 어찌된 영문이지 4월에 집중되던 산불마저 3월 초순부터 기승이다.

울주군이 불바다가 됐다는 보도에 멀리 거제도와 합천의 친지가 아침부터 문안전화다. 멀쩡한 제 집을 놔두고 집안으로 날아든 박쥐나 하염없이 울어대는 당나귀나 먹지도 않을 짚을 입에 물고 서성대는 돼지나 이 모두가 불순한 일기 탓이 아니겠는가.

날씨마저 이렇게 분수를 모르니 미친듯 혼탁한 세상이 어찌 순탄만 하겠는가. 재앙이 따로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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