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개가 좋다는 세상
사람보다 개가 좋다는 세상
  • 강경수
  • 승인 2013.04.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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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의 개나, 영어의 dog이 어떻게 유래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단지 개가 인류와 생활을 같이 한지는 오래다. 전설 속에서도 개와 관련된 말들이 많다. 개의 코가 찬 이유는 노아가 방주의 물새는 틈을 개코로 막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지금도 통한다.

가장 오래된 가축이자 인간의 반려동물이라는 개는, 그러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우리 속담에서 개는 천하거나, 하잘 것 없는 어떤 것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한다. 서양 역시 마찬가지다. 비열하거나 믿을 수 없는 상대를 개에 비유한다, 우리말에 ‘개’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영락없이 별 볼일 없거나 천한 것들이다.

같은 떡인데도 ‘개떡’ 이면 맛없는 떡이고, ‘상놈’도 억울한 데)‘개 똥 상놈’으로 불리면 형편없는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욕 중의 상욕’에 반드시 ‘개’가 쓰인다. 심지어 많은 동물이 등장하는 ‘이솝 우화’에서도 개는 심술쟁이의 대명사다. 자기가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다른 짐승이 먹으려 할 때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동물로 묘사돼 있다.

사실이 그렇다. 영어식 표현법 가운데 puton the dog'은 으스대거나 허세를 부린다는 듯으로 쓰인다. ‘go to the dog’은 파멸하거나 타락하다는 저주의 문구다. 우리말의 ‘개XX’나 영어의 'gay dog'은 아무 여자에게나 침을 흘리는 난봉꾼을 빗댈 때 쓰는 말이다.

성서에서 조차 개는 그다지 좋은 의미로 인용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개는 역시 인간에게 충직하고 봉사하는 동물로 여겨진다.

한 때 서양에서는 ‘피도(fido)'라는 개 이름이 우리의 ‘복실이’ 처럼 흔히 쓰였다. ‘피도’는 라틴어로 ‘진실되다’는 의미를 지녔다. 버지니아 울프의 마지막 작품인 ‘플러시(flushie)’는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개에게 유감없이 부여한 ‘개의 전기’로 유명하다. 인간으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은 개가 바로 ‘플러시’였고 그도 모자라 소설의 주인공으로 의인화 됐다.

이처럼 개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의 문화속에 여러 형태로 깊숙이 새겨져 있다. 인간의 반려동물 이기 이전에 개가 이미 인간의 질병 치료에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개로 하여금 환부를 핥게 해 상처를 낫게 하거나 위장에 탈이 났을 때 복부에 개의 몸을 대 효험을 본다는 것 등이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구조견으로서의 역할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지금도 인간사회의 법과 질서의 편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순찰견이나 경비견이 그렇고 전쟁터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했다. 한국전과 월남전에서 보초. 정찰. 연락.지뢰 탐지.화물 운반들의 임무 수행에 숙달된 군견이 참전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개는 역시 사람의 애완동물이자 반려동물로서의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사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의 16%가 애완견과 동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가구 중 2가구 정도가 개를 키우고 있는 셈이고 그만큼 개의 신분도 상승하고 있다.

살아 생전에도 주인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 하고 죽어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 견공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개 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개가 사람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한 낮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개를 ‘개팔자 상팔자’라 했지만 요즈음은 그저 그만한 사람보다 낫다는 뜻으로 ‘개팔자’로 불린다. 자식보다 낫다느니 사람보다 더 애착이 간다는 말이 개 키우는 사람 입에서 예사로 튀어 나오는 세상이다.

인간사회가 점점 메말라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20년 가까이 시골생활을 하는 동안 닥치는 대로 (?)개를 키우고 있지만 내게 개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개일 뿐이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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