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사고칠줄 알았다."
"그 사람 사고칠줄 알았다."
  • 걍경수
  • 승인 2013.05.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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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으로 ‘공자왈 맹자왈’이 싫지만 오늘은 그사람, 윤창중인가 하는 인물 때문에 부득히 공자도 깨우고, 맹자도 불러야겠다. 공자의 제자 중 자로(子路)는리더였다.‘수석참모’였던 셈이다.

스승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꾸중 또한 다반사였다. 자로는 용맹스럽긴 했으나 언행이 거칠어 남의 이목을 받았다. 어느날 자로가 화려한 옷으로 뽐을 내며 나타났다.

공자는 물끄러미 쳐다보며 타일렀다. “자로야, 저 도도하게 흐르는 양자강이 사천땅 이름없는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인줄 아느냐? 겨우 술잔(觴)에 넘칠(濫)정도의 물이 양자강의 원천이란다.” 그리고 이렇게 다그쳤다.

“지금 네가 입고 있은 옷은 마치 물이 불어난 양자강 하류처럼 화려해 보이니, 장차 천하사람들 가운데 누가 너에게 즐겨 간하겠느냐” 공자는 세상일이란 시초가 중요하며, 시작이 나쁘면 모든 일이 꼬이게 된다는 이치를 깨우치려 했다.

가르침을 받으면 반드시 실천에 옮길 줄 아는 것이 자로였다. 금방 옷을 갈아 입고 온 자로에게 공자는 다시 한수 가르쳤다. “말을 꾸미는 사람은 마음이 바르지 못한 까닭이고, 행동을 꾸미는 사람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사람이니라, 또 지식을 얼굴에 드러내 유능한 체 하는 사람은 소인배”다.

남상(濫觴) 이란, 거대한 양자강의 원천은 ‘술잔에 넘칠 정도의 적은 물’이 였다는 뜻이다.

모든 사물의 시초나 근원을 이르는 말로, ‘시작이 곧 끝’이라는 얘기다. 자로 못지않게 맹자에게도 유능한 제자가 있었다. 제자 공손추가 겁 없이 맹자에게 “스승의 장점이 무엇이냐고”물었다. 주저없이 스승은 자신의 장점은 ‘말을 아는 것(知言)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쪽으로 치우친 말을 들으면 ‘가려진 것’을 알고, 방탕한 말에서는 ‘빠져있음’을 알며 사특한 말이면 ‘도리를 벗어났음’을 알고, 회피하는 말에서 ‘궁함’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번드르한 말 속에서 본질을 파악한다’는 뜻의 ‘피음사둔(皮淫邪遁)’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럴법하게 보이려고 말을 꾸미거나 부풀린다. 예사로 들으면 한마디가 다 옳은 말이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듯 싶다. 또 안될 일이 없고 해결 못할 문제도 없다. 그러나 찬찬히 따져보면 아니거나, 다르다. 맹자는 그래서 말에서 본질을 간파하고 사람됨됨이를 평가했다.

‘피음사둔(皮淫邪遁)’의 피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언사다. 외곬에 빠져 판단을 잃은 말은 음이며, 정도를 벗어난 말은 사사다. 그리고 궁한 나머지 책임을 벗으려고 둘러대는 언행을 둔사라고 했다.

이것 말고도 ‘피음사둔’의 언어는 우리 주변에 즐비하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본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두고보자’거나 비수를 감춘 경우다. 깐을 두어 간떠보는 말(요량으로 남의 심사를 떠보는 말)이며 달아날 구멍을 준비하는 말이 그렇다.

또 위해 주는 척 하면서 뒤통수 치는 말이나, 양다리 걸치는 말이 모두 ‘피음사둔’에 포함된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마구 해대는 폭로와 비방은 정치무대에서는 일상이다.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저만 살고 보자는 독선도 흔하다. 같이 죽자고 물고 늘어지는 억지 또한 저급한 정치언어의 편린이다.

그래서 공자는 ‘남상(濫觴)’을 통해 ‘시초’의 중요성을 깨우치려 했고, 맹자는 ‘피음사둔(皮淫邪遁)’으로 ‘말속의 본질을 간파하라’고 일렀다. 위태 위태하다 했더니만 결국 윤창중인가 하는 청와대 대변인이 사고를 쳤다.

그것도 국내무대가 아닌, 미국 최고 중심부에서 크게 쇼를 벌였다. 대선 때 종편채널 방송에서 보수논객을 자처하며 ‘피음사둔’의 언어를 난발할 때부터 알아봤었다. 뒤늦게 대 국민사과라는 기자회견도 궁한 나머지 책을 벗으려는 몸부림이었다. 아무래도 스승을 잘못 만났거나, 잘못 배웠거나, 아니면 시대를 잘못 태어난 듯 싶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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