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야강을 품은 목가적 풍경 일품'
'회야강을 품은 목가적 풍경 일품'
  • 정은영기자
  • 승인 2013.05.14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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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촌면 석천마을

▲ 웅촌면 석천마을로 들어서면 맑디 맑은 회야강을 품고 목가적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전원주택들이 일품이다. 산자락을 따라 들어선 전원주택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줄지어 강을 따라 흘러가는 듯 아름다움에 머물고 싶은 충동이 인다.
모처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다. 그러나 내일은 또 비가 내린다고 한다. 전원생활을 위한 집터를 찾아가는 날도 오늘처럼 햇볕이 환한 날은 볼 것들이 너무 많다. 오늘 찾아가는 곳은 웅촌면 석천마을이다.

울산-부산 간 7번 국도를 이용, 대복고개를 내려서니 울산 예술고가 보인다. 예술고를 지나 우성종합기계공장을 오른편에 두고 좌회전 신호를 받아서 진입, 1.3㎞를 들어가면 석천마을이다.

우성종합기계 앞 삼거리에서 석천마을까지 약 1.3㎞ 진입도로는 그냥 도로라고 말하기가 아깝다. 시작부터 회야강을 오른편에 두고 강을 따라 난 2차선 도로는 아름다운 길이다. 아쉬운 것은 거리가 조금 짧다는 것뿐이다.

장마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회야강 안은 물이 다 차지 않았다. 물이 흐르는 둔덕과 물에 잠기지 않은 강변을 따라 유채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너무 아름답다. 회야 댐은 울산시민의 식수원이다. 그래서 유채꽃이 더 깨끗하게 보인다. 회야강 안에 핀 유채꽃이 하늘거렸다. 대궁을 뽑아 올린 유채꽃이 노란 자태로 길손을 유혹했다.

 ▲ 산자락을 따라 들어선 전원주택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줄지어 강을 따라 흘러가는 듯 아름다움에 머물고 싶은 충동이 인다.

석천마을 까지는 군데군데 작은 공장들이 있다. 또 풍경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회야강을 마당으로 전원주택들이 지어져 있다. 석계 서원이 나왔다. 여기서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면 석천마을인데 아름다운 길이 아쉬워서 통천교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다.

통천교 건너 수연복지재단 앞에서 차를 돌렸다. 석천으로 되돌아오면서 마주하는 석천마을은 한 폭의 수채화가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 밀 밭가에 차를 세우고 멀리 산자락을 따라 지어진 마을을 구경했다.

지금 석천들에는 토종 밀이 익어갈 준비를 마쳤다. 밀 서리를 하면 말랑말랑하고 쫀득한 밀의 속살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석천 들은 보리와 밀로 가득했다. 어찌 보면 들이 파란 물감을 칠한 듯했고 걸어서 논으로 들어가면 온 몸에 푸른 물이 들것 같다.

 ▲ 웅촌면 석천마을로 들어서면 맑디 맑은 회야강을 품고 목가적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전원주택들이 일품이다.

울산에 살면서도 석천마을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석천마을은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울산과 부산을 오가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야 볼 수 있는 마을이다. 울산 살아도 석천마을을 지나 남창으로 난 길을 가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이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는 숨어 있는 길이다.

석천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기가 죽는 느낌이다. 향교가 있고 반듯한 양반가의 기와집들이 즐비하다. 석천마을은 울산 근방에서 보기 드문 선비마을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석천마을에 들어서면 오른편 회야강 쪽으로 석계 서원이 물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석천 마을이 있고 그 마을로 가는 길목에 울산학성이씨 근재공 고택이 있다. 이 고택은 늘 고택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근엄함 보다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고 건축물을 본다는 기분이 든다.

근재공 고택에 들어서자 마당에서 풀을 제거하는 일꾼들의 손길이 바쁘다. 벌초용 예초기 소음이 고택의 적막을 깼다. 고택은 석천 들판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것 같다. 고택에서 나와 인근 밭에서 고추 지지대를 세우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마을을 감싸고 있는 언덕배기 같은 산 이름을 물었다. 고택에서 나오면서 보는 서편의 산 이름은 꽃밭등 이라고 한다.

그리고 동쪽으로 길게 드러누워 있는 산은 삼발재. 할아버지의 발음을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몇 번을 물었더니 고춧대를 세우다 똑바로 쳐다본다. “젊은 놈이 귀가 먹었나” 하는 것 같아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근재공 고택 옆 밭가에 돌덩이라고 하기에는 크고 바위라고 하기에는 작은 큼지막한 돌 위에 올라섰다. 실제 1m 높이에 불과하지만 시야는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다. 꽃밭등 아래 전원주택이나 삼발재 아래 전원주택을 한눈에 보기에 좋은 명당 전망대 같은 곳이다.

▲  산자락을 따라 들어선 전원주택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줄지어 강을 따라 흘러가는 듯 아름다움에 머물고 싶은 충동이 인다.

마을 전체 분위기가 고즈넉하다.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나 싶었다. 울산시내 직장을 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바람에 낮에는 빈집처럼 고요하다.

석천마을을 찾아오기 전에 웅촌면에서 지인을 만났다. 그는 석천 마을이 몇 집 안 되지만 대학 교수, 예술가 등 이른바 명사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귀띔 했다. 몇몇 사람의 이름을 들먹이는데 아는 사람들이다. 석천 마을에 와서 보니 이곳에 사는 그들이 부럽다.

산자락을 따라 빙 둘러 마을이 형성됐다. 전원주택 건설업자들이 아닌 순수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감독하고 지은 집처럼 보였다. 비용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어수룩하게 전원주택을 꿈꾸는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요즘 건축비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규모는 크지만 아름다운 집들이 다소곳하다.그러나 이렇게 살기위해서는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약간은 씁쓸하다.

몇 달 전에 시내 사는 어떤 분이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려고 발품을 팔다가 포기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정말 좋은 곳인데 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석천마을은 자연마을 몇 채를 두고는 전원주택 형인데 집 앞으로 들판이 회야강 강둑까지 펼쳐져 있다.

정말 이곳에는 집 지을 땅이 없을까 궁금해서 인근 부동산 사무소에 물었다. 그랬더니 “돈이 문제지, 땅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 돈이 땅을 구하지 못한 이유가 됐던 것 같다. 이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려면 우선 나이가 좀 들었으면 싶었다. 아이들 학교 문제 등이 해결되고 난 후에 들어와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웅촌면사무소까지는 약 1.5㎞ 거리지만 도시와는 달리 멀다는 감이 있다. 또 이곳에 살려면 기존 집들과 비슷한 규모를 지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결단을 요구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살다보면 비교할 수밖에 없다.

웅촌 은현리 전원마을과는 다르게 들어서는 길에 만나는 서원은 우선 옷매무새를 고치게 했다. 기와가 가지런하게 지붕을 덮고 있는 석계서원은 앞마당 끝이 회야강이다. 그 주변을 따라 지어진 대궐 같은 기와집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대부분의 집들이 규모가 비슷하게 큰 편이다. 종갓집들만 있는 것 같다.그래서 하는 말인데 만약 이 곳을 종갓집이 있는 고향처럼 생각하고 영원히 살려 한다면 당연히 이만한 곳은 없다.

회야강이 있어서 영원히 오염과는 담을 쌓은 것이 이곳의 장점이다. 목가적인 분위기는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일 것 같다. 석천마을은 그냥 찾는 전원마을은 아니다. 많이 생각하고 이미 그 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눈높이도 고려해야 한다.

이 마을에서는 강가에 터를 잡으면 좋을 것 같다. 강가에 집을 짓고 살면 아침에 강에서 피어나는 물안개를 보고, 저녁에는 정족산의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 또 밤이면 별들이 반짝이는 유토피아 세상이 만들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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