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의 안목, 그리고 꼬리치기
윤창중의 안목, 그리고 꼬리치기
  • 강경수
  • 승인 2013.05.25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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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락과 천리마는 서로를 알아보는 안목이 뛰어났다. 춘추시대 손양이라는 사람은 말을 잘 알아봐, 그를 백락(伯樂)이라고 불렀다.

어느날 손양은 천리마기 다른 짐말과 섞여 소금수레를 끄는 것을 봤다. 말은 고갯길에서 손양과 마주치자 발길을 멈추고 멍에를 맨 채 무릅을 끓었다. 그리고는 손양을 쳐다보며 소리 내 울었다.

손양도 수레에서 내려 “저 무지한 인간들이 감히 너에게 소금수레를 끌게 하다니”하며 말의 목을 잡고 함께 울었다. 말은 고개를 숙여 한숨을 짓고 다시 고개를 들어 슬피 울었다. 그 우렁차고 애달픈 목소리가 하늘까지 울렸다. ‘백락과 천리마’의 이야기는 ‘소금수레의 원한’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말도 이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짐수레를 끌다 늙고 만다는 뜻이다. 삼국사기 ‘온달열전’에도 말이 등장한다. 온달은 고구려 평강왕 때 사람이다. 가난 때문에 혼자 동냥을 해 어미를 봉양했다.

외모가 어찌나 꾀죄죄한지 동네 아이들이 떼를 지어 놀려댔다. 사람들은 온달의 착한 심성을 모르고 남루한 차림과 동냥쪽박만 보고 그를 ‘바보온달’이라 불렀다. 울보로 소문난 공주가 가출 끝에 온달과 혼인을
하게되었다.

어느날 공주는 온달에게 가락지를 건네며 “시장 상인들의 말은 사지말고 나라에서 키운 병들고 말라 쫓겨난 놈을 사오라”고 시켰다. 영문을 몰랐던 온달은 공주의 말대로 말라빠져 비실비실한 말을 끌고 왔다.

말 장사가 권한 말은 살이 찌고 번드르해 수레를 끌기에 알맞았다. 그러나 나라 마구간에서 쫓겨난 말은 혈통은 좋은데 말 먹이는 사람을 잘못 만나 병이 든 말이었다. 공주는 사람을 잘못 만나 쫓겨나긴 했으나 타고난 자질이 훌륭한 말이 겉은 초라해도 속마음은 맑았던 온달과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온달부부의 보살핌 끝에 혈통좋은 말은 좋은 새끼말로 보답했고, 공주도 온달 이상의 아들을 낳았다. 그 후 백락은 병든 천리마를 빗대 이렇게 말했다.

“천하에 인재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그를 적재적소에 쓸 안목있는 군주는 드물었다”

무릇 지도자란 명마는 못 고르더라도 겉만 번드르하고 속이 빈 시장말은 알아봐야 한다. 자칫 수레나 끌어야할 말을 장수를 태우고 전장에 내보냈다간 자신이나 장수가 화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한동안 나라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윤창중 스캔들’이 대통령의 사과로 고비를 넘긴 듯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취임 77일만에 대국민사과를 했다. 국민에게 실망을 끼쳐 죄송하고, 피해 여학생과 그 부모님이 받았을 충격에 대해서도 사죄의 뜻을 밝혔다.

또 미국 현지 동포들이 받았을 상처에 깊이 사과했다. 윤창중 본인의 해명과 잇따른 참모들의 사과로는 부족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과와 함께 이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응당한 책임 추궁을 약속했다.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지켜야할 언질이다. 타고난 성정이나 평소의 스타일로 봐 쉽지않을 대국민사과였으나 사람들은 대통령의진심을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박 대통령의 사람보는 안목과 ‘오기와 불통’의 인사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이런 말 저런 억지 만들기에 바쁘다. 그중에서 이런 유머는 압권이다.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보다 윤창중의 사람 보는 눈이 한 수 위다. 적어도 윤창중은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이라는 것은 내다보고 미리 꼬리(?)를 쳤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 나라의 지도자라고 해서 국사무쌍(國士無雙) 같은 인재를 고르기가 쉽지않다. 또 누가 암까마귀인지 숫까마귀인지 구분할 능력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평강공주가 온달의 사람됨을 알아보듯 또 백락이 천리마의 자질을 알아채듯 자신의 맑고 밝은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면 그만이다. 거기에 온달이 있고 천리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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