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쓸개, 사람은 입 때문에 죽는다.
곰은 쓸개, 사람은 입 때문에 죽는다.
  • 강경수
  • 승인 2013.07.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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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람에게 하나의 혀와 두 개의 귀를 준 이유는 뭘까?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두배로 하라는 의미다. 입과 혀의 놀림에 신중하라는 경구는 많다. 중국의 고서인 ‘사문류귀속집’에는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재앙의 근본“이라 했다. ‘화생어구’와 같은 뜻이다.

모든 재앙이 입에서 비롯된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이를 행하지 못할 따름이다. ‘화생어구’를 말한 성대중은 이렇게 말했다. “나를 찍는 도끼는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내가 다른 사람을 찍었던 도끼다”(정민의 一針) 그는 다시 설명을 이어간다.

나를 치는 몽둥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남을 때리던 몽둥이다, 그리고 남에게 해를 입일 때의 계책은 교묘하고, 기미(낌새)는 비밀스럽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잠깐 사이에 도리어 저 편이 유리하게 되어, 내가 마치 스스로 포박하고 나아가는 형국이 된다. 그 때는 지혜도 용기도 무모함도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다시 답을 내놓는다.

“청렴하되 각박하지 않고,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는다. 또 엄격하되 잔인하지 않고, 너그럽되 느슨하지 않는다” 오늘의 관료사회나 정치집단이 마음에 깊이 아로새길 어록이다. 청렴하고 너그러워할 것은 국사를 다루거나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다만 너무 융통성이 없거나 녹녹해서는 안된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화합이 좋지만 정파에 함몰돼 떼거리로 떼를 써서는 안된다. 정적에게는 엄격할 수 있으나 다시 안볼 듯 잔인하게 대해서도 안된다, 막말이나 극언을 삼가야 된다는 뜻이다.

비단 정치판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도 막말은 금물이다, 염치불구하고 막가거나 막말을 해대는 것은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인격포기나 인격파산에 다름없다. 정치인은 더욱 그렇다. 사적이던 공적이던 정치인은 무슨 말이라도 항상 뒤를 남기는 것이 좋다. 뒤를 남겨 놓으면 나중에 일이 꼬이더라도 둘러대거나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막말을 했다가 뒤에 일이 어긋나면 그 말이 거짓말이 될 수가 있다.

또 이미 뱉은 말은 말에 얽매여 억지를 쓰는 경우도 생긴다. 거짓말이면 실없이 되고 억지를 쓰면 사태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정치를 하는 사람일수록 막말을 삼가고 완곡적이거나 암시적인 수사법을 터득해야 한다. 한동안 뜸하다 싶더니 최근 우리 정치마당에 막말 파문이 일고 있다.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당 원내 대변인의 ‘귀태(鬼胎)’발언이 발단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평한 것에 청와대와 여당이 발끈했다. “국민에 대한 도전이며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청와대는 언성을 높였다.

여당지도부도 “후진적인 정치적 막말과 저주성 폭언을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사단을 일으킨 사람은 대변인직을 내놓고 당 대표는 사과했다. 한글사전에는 귀태(貴態.품위있는 태도)는 있어도 ‘귀신의 잉태’라는 뜻의 ‘鬼胎’라는 말은 없다. 이것부터가 억지다.

사태가 수습되는가했더니 이번에는 민주당의 간판스타가 사고를 쳤다. 그것도 당원보고대회를 통해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라고 물었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시해됐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자꾸 국정원을 비호하고 거짓말하면 당선 무효 주장 세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새누리당은 “대선결과에 불복하고 국민을 분열시켜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태도”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초선의원 몇은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막말사태의 중심에 있는 빅근혜 대통령은 )점잖게) ‘품격의 정치와 국격 유지’ 라는 말로 시시비비 논란을 비껴갔다.

옛말에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입 때문에 죽는다’고 했다. 가만있는 곰은 쓸개 때문에 죽는데 입으로 화를 자초했으니 뒷감당을 어찌할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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