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대자보 시대(大字報 時代)
안녕, 대자보 시대(大字報 時代)
  • 정은영
  • 승인 2014.01.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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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대자보’ 가 유행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대자보 열풍은 해를 넘긴 지난 2일에는 교과서 문제를 들추고 나선 고교생들의 대자보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처음 대자보가 나붙은 고려대학교 안녕 대자보(大字報)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이후 시국 관련 대자보는 순식간에 여러 대학으로 번졌다. 각계각층의 불만이 대자보로 나붙고 있다.

최근 일련의 대자보를 간추리면 고대 ‘안녕…’ 대자보는 전국 각 대학 대자보(大字報)로 확대되는 반응으로 나타났고 일선 고등학교 까지 안녕, 대자보를 패러디한 대자보 바람이 불고 있다. 벽보(壁報)는 크기에 따라 대자보(大字報)와 소자보(小字報)로 나눌 수 있다. 벽에 크게 써 붙이면 대자보, 작게 써 붙이면 소자보다.

소자보는 새누리당 김무성 국회의원이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새누리당 당사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안녕들 하십니까' 벽보를 붙였다.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합심하자는 내용의 벽보를 붙였는데 규모가 작아서 소자보다.

또 편견 대자보가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다름 아닌 교육부가 대자보의 고교 확산 방지를 위해 일선 교육청에 공문을 보낸데 대해 학생들은 편견 대자보라고 비난했다.

대자보는 조선시대 신문고 같은 언론의 한 형태이다. 신문고는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이 이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언로(言路)였다. 1401년 태종 1년 7월 대궐 밖 문루에 등문고를 설치, 백성들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줌과 동시에 관리들의 부정한 관행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한 것이 신문고 설치 이유다.

벽보의 역사를 보면, 대자보는 민주주의 시대에 나타난 부산물이다. 단순의미는 주로 대학가 운동권이나 단체에서 자신들의 주장이나 홍보를 위해 큰 글자로 써서 붙이는 게시물일 뿐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 대자보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전국 대학가 담장은 각종 대자보로 빌 틈이 없었다. 그 대자보를 붙였던 대학생들이 지금 국회의원 가운데 상당수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대자보의 반향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자보는 사회적 반향이 높을 때 정치적 이슈로 변화하고 진화 한다. 이번에 붙인 고대 대자보가 그런 것 같다.

우리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처럼 불안하다. 북한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다. 이제 겨우 KTX사태가 겨우 진정국면이다. 열차가 마주보고 달려오는 상황을 간신히 면했다.

2014년은 지방선거가 불붙는 해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각 당의 이익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지방 정가도 단체장과 시의원, 구의원 후보를 공천하기 위한 작업이 어려운 것 같다. 울산은 시장 후보 공천을 놓고 각종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서서히 선거판이 달궈지는 상황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흙탕 싸움보다는 인물 됨됨이를 알리는 일에 후보들이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큰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작은 일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

또 2014년 새해는 청마(靑馬)가 달리는 해다. 다가오는 설을 정점으로 지방정치판은 선거를 앞두고 불을 튀길 전망이다. 정치판이 혼란스러울 때 진실이 우선돼야 한다. 진실하지 못할 때 질책성 대자보가 나붙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다양한 정치 이슈가 설(舌)이 되어 대자보로 나붙기 전에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진실해야 한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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