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반대말
외로움의 반대말
  • 이두남
  • 승인 2016.09.21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심의 그늘 속 그곳은 고독한 무인도다. 모든 외로움이 모여 형성된 섬이다.

남보다 높이 부양하려고 애쓰는 건조한 무인도이다.

언제부터 이 섬이 생겨났는지 알 수 없지만 파도가 닿지 않는 이 섬은 허공에 꿈을 매단 안락한 도피처가 될 줄 알았다.

거칠고 메마른 인간의 바다 저 너머 아득한 피안에 상륙하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유토피아가 있는 줄 알았다. 홀로 떠도는 외로운 섬인 줄 몰랐다.

섬은 서로를 끼고 혹은, 서로 바라보며 그리워하다 바닷물을 보내어 철썩 부딪히며 살아가야 하지만 지금은 자신마저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외딴섬이다. 위층은 눈치로, 아래층은 불만으로 이어져 있는 살벌한 섬이다.

섬을 떠받치는 것은 파도다. 도심의 바다에 갇힌 섬, 사람의 파도에 떠밀려 사구로 형성된 사막의 섬이다.

2015년 인구주택조사 통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이 1,2인가구로 그 중 나홀로족 즉, 1인 가구 수가 520만으로 전체 가구의 27%에 달하여 2인 가구를 능가했다고 한다.

불과 26년 사이에 5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전에 우울증을 앓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 5,000만 시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급성장에 따른 정신의 황폐화, 빈부 격차로 인한 양극화 현상, 급격한 노령인구 증가로 인한 독거노인 또한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헤르만 헤세의 ‘안개 속’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안개 속을 혼자 거닐면 정말 이상도 하지/넝쿨과 돌 모두 외롭고/나무들도 서로를 보지 못한다./모두가 혼자이다./안개 속을 혼자 거닐면 정말 이상도 하지/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모두가 혼자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함축하여 그려낸 시가 아닌가 한다.

절대 고독을 노래한 헤르만 헤세의 시처럼 우리는 과연 혼자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주위를 돌아보면 손잡고 함께 걸어가고 싶은 사람, 손 내밀어 일으켜 주어야 할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러나 우리는 눈앞의 안개를 걷어내지 못해 어깨를 빌려줘야 할 사람을 보지 못한다.

성냥갑 같은 빌딩 속이나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에 고립되어 버렸다. 근시안으로 살아가는데 익숙하고 삶은 건조해져 외로움은 이미 고질병이 되었다. 외로움이란 단어는 그 어떤 긍정적인 언어로 코스프레 해도 가슴 한편이 허전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외로움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공감, 교감, 유대, 동행 이런 것들이 외로움의 이면에 있는 단어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우리는 이 정겨운 말들을 외면한 채 스스로를 외딴섬에 가두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미국 미시간주의 어느 정신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루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어느 입원실에 들어갔더니 그 환자가 열심히 침대 밑을 뒤지고 있었다. 그를 본 의사는 환자가 소지품을 잃어버렸나 하고 “무엇을 찾으십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환자가 대답하기를 “잃어버린 제 자신을 찾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잃어버리면 밤잠을 설쳐가며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잃어버리고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잃어버린 줄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나 자신’ 인지도 모른다.

가까이 있어서 느끼지 못했던 고마운 가족, 바쁜 일상에 쫓겨 묻어 두었던 우정, 여러 가지 이유로 상실된 꿈 등, 소중한 것들을 잃고 살아가는 삶은 삭막하기만 하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 걸음 뒤에서 자신을 바라본다면 그동안 소홀히 했던 주위 사람들, 그리고 잃어버린 자신과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은 입술을 스치는 말들마저 허무해지는 계절이다. 

알맹이 툭 빠져나간 밤송이 사이로 외로움이 엄습해 오기 전에 소중한 것들을 내 안에 들이는 시간을 가져 보자. 그리고 외로움 대신 공감, 교감으로 채우는 가을을 만들어 보자.

산은 산끼리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서 흘러가듯 우리들도 우리끼리 서로 기대며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다보면 가을 하늘처럼 파란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 이두남(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