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창건 동시집 '사과나무의 우화'
[출판]이창건 동시집 '사과나무의 우화'
  • 이두남
  • 승인 2017.03.15 0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과나무의 우화 표지.

[울산시민신문]세상이 어지럽다. 마음도 그렇다. 이런 때 단순하고 명쾌한 동시(童詩)집 한 권으로 마음을 달래면 어떨까. 이창건시인(66)의 동시집 『사과나무 우화』다. 동시는 어린이들을 위한 시다. 그런데 이창건의 동시는 어른들이 읽어도 좋다. 

시인은 “시 가운데 가장 좋은 시는 동시다.”라고 말한다. 동시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이다. 동시는 원천적으로 동심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생각에 사악함이 끼어들 틈이 없어 그렇단다.

이런 시인이 5년 만에 신작 동시집 『사과나무의 우화』(섬아이)를 냈다. 이번 동시집 62편에는 자연이 어떻게 동시가 되어 어린이들에게 위로와 평화와 꿈을 주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일러스트 강태연의 맑은 삽화들이 시의 맛을 더 상큼하게 한다.

첫 번째 시인 ‘제비꽃’에서 시인은 ‘바위 그늘 속 제비꽃’을 바라보며 ‘봄꽃이 다 피고 진다/지금은 네가 꽃으로 피어날 시간이다’라고 말한다. 햇살이 모자라 제때에 피지 못한 제비꽃에게 하는 사랑의 말이다. 따뜻하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은 시인이 하는 말이 아니라 제비꽃이 세상의 그늘 속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사랑받아야할 때 사랑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꿈이 되고 위안이 된다.

시인의 시선은 쓸쓸하고 슬프고 아픈 것들을 향해 있다. ‘봄이 빨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늦은 꽃 다 피우고 가면 좋겠다/세상에 늦게 피고 싶은 꽃 있을까/해와 달과 바람이 모자라 늦은 꽃 되었지/그러나 쓸쓸한 아이가 바라보고 웃어만 준다면/늦은 꽃도 행복한 꽃이 되겠지/어떤 삶도 늦은 때는 없는 거지’ 라고 ‘늦은 꽃’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창건 시인의 시편들은 대체로 서정적이거나 감각적인 묘사보다는 서술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자연이 주는 통찰의 지혜 같은 잠언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 독자들에게 오히려 평안이 되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나는 사과나무가 어떻게 사는 지 잘 모른다/해와 별은 언제 만나고/사과는 어떻게 만들며/사과의 붉은 빛깔은 어디서 가져오는 것인지/사과는 무슨 힘으로 달고 있는지도 모른다/또한 뿌리는 어디를 향해 있는지/사과의 향기는/누구에게서 받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내가 아는 것은/사과나무가 아래에서 위로 자라고/사과는 안에서 밖으로 자란다는 것 밖에’ 표제작 ‘사과나무의 우화’다.

아무리 눈 밝은 시인이라도 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사과나무의 우화’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고 우리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우리 생각으로는 알 수 없는 자연의 신비를 노래한다.

자연의 한 조각으로 살아가는 사과나무의 신비를 우화 형식으로 쓴 시다. 사람도 어찌 보면 사과나무의 일생과 다르지 않다. 사과나무의 삶이 신비이듯 우리 삶도 그러하다. 지극히 신비한 신의 섭리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5부 길에 대한 여러 편의 시들은 생텍쥐베리의 동화 『어린 왕자』를 떠올리게 한다. 평생을 어린이들과 함께 동심으로 살아온 시인의 삶의 무늬가 그대로 묻어난다. ‘그 길에 핀/꽃들은 아름다웠다/향기도 좋았다/가시가 있는 꽃도/그랬다’ 이 시집 마지막 작품 ‘길 꽃’이다. 엄마 아빠들도 읽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