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을 단상
[칼럼]가을 단상
  • 이두남
  • 승인 2017.09.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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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칼럼]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을 하얀 구름이 지우고 지나간다. 찬 이슬을 밟고 찾아 온 바람에 가지 끝에 매달린 빨간 석류가 금방이라도 이빨을 드러내고 웃음을 토할 기세다.

침묵하던 갈바람도 억새를 흔들며 찾아와 ‘폭염경보’란 문자를 지워버리고 그 무덥던 여름이란 이름마저 가물가물 잊게 한다.

힘겨웠던 날들의 언저리를 돌고 돌아 들판에도 서서히 황금빛에 편승하느라 분주하다.

해마다 맞이하는 가을이지만 또 다른 경이로운 색감의 만찬을 준비하는 자연현상은 리셋의 달인인 것 같다. 우리의 마음도 저 들판처럼 고요히 물들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계절에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이 푸른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연일 이어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평화로운 세상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두렵고 어두운 소식이 들리면 괜스레 이순신장군 같이 반짝이는 별이 생각난다.

백의종군은 벼슬이 없는 사람이 군대를 따라 싸움터에 나간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벼슬아치의 화려한 갑옷이 아닌 평민의 복장인 하얀 옷을 입는다고 해서 백의종군 (白衣從軍)이라 한다.

특히 이 말은 조선 선조 때의 명장 이순신 장군의 행적으로 인해 그의 대명사가 된 말이기도 하다. 한 때 군인 출신 대통령이 장군을 흠모한 나머지 열렬히 장군의 행적을 알리고 유적지를 관리하며 현충원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순신장군은 철갑선으로 유명한 거북선의 발명이나 혁혁한 전공, 그리고 진중일기로써 뿐만 아니라 문학적 가치로도 진가를 발휘하는 난중일기 등이 알려져 있으나 그 중 장군으로써 가장 인간미가 돋보이고 가슴 아프게 하는 백의종군이 먼저 떠오른다.

백의종군 중 어머니의 부고를 받고 잠시 아산에 이르러 성복을 하고 길을 떠나는 광경은 재삼 음미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백의종군을 벗어난 때는 이미 거의 모든 전투선이 왜군에 의해 침몰당하고 불과 12척 만 남았다. 133척의 왜군을 상대하기에는 턱없는 중과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와 백성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 풍전등화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치밀한 전략과 준비로 결국 승리로 이끌어 내었다.

지금 이순신 장군이 새삼스러운 것은, 그리고 그의 백의종군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것은 화려함 뒤의 책임감과 애민정신 일 것이다.

우리 민족은 억압과 약탈의 두려운 흔적으로 어두운 그늘이었던 적 많았다. 숱한 상처와 핍박을 견디며 지켜 온 나라이기에 그 소중함은 더욱 눈물겹다.

그런 이 땅에 최악의 안보위기가 찾아왔다. 북한은 도발의 수위를 재차 끌어올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도발 행위를 강행하고 있다.

이 결과는 정부의 안보 불감증에 일부 과격단체의 목소리에만 편승하여 북한을 착각하게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아직도 부질없는 대화를 끌어내려고 애쓰고 있는 사이에 북한은 우리 국민을 핵 인질로 삼아버렸고 국민의 불안과 공포는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끝없는 자기 우상과 브레이크가 없는 전쟁 편집증에 사로잡힌 북한이 무력에 의한 남북통일의 꿈을 완성시키려는 허망한 꿈이 낳은 결과다.

이를 위해 양 대국의 힘의 균형을 이용하고 분단된 한반도가 필요한 중국과 러시아의 계산식을 교묘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 내부적으로는 국론분열과 양극화를 극복하고 여야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 조급한 일시적 미봉책이 아니라 더 이상 북 핵으로부터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그들의 무력을 방어하고 대외적으로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평화를 원하는 인접 국가들과 힘을 모아 그들의 꿈이 사상누각이란 것을 힘으로 증명시켜 주는 길 밖에 없다. 그리하여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바다에 맹세함에 고기와 용이 느끼고, 산에 맹세함에 초목이 안다”고 했던 이순신 장군의 깊은 뜻을 그들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정쟁이나 남의 탓만 하기 보다는 한마음으로 지혜를 모으고 이 나라를 굳건히 지키는 애국과 애민정신이 절실한 시기다.

돌아보면 우리강산 얼마나 아름다운 땅인가? 그랜드캐니언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우리 들판에 핀 패랭이꽃, 쑥부쟁이처럼 소박함을 영원히 이야기 할 수 있는 평화로운 땅이 되기를 염원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하늘이 도화지가 되고 하얀 뭉게구름은 하늘을 배경으로 다양한 그림을 그려낸다. 다만, 정국의 불안함 때문인지 구름 뒤에 가려진 모습이 조금은 심란해 보이기도 한다.

눈부신 햇살이 비추어진 자리마다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이며 이 땅을 더욱 평화로운 가을로 데려다 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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