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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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웅
  • 승인 2018.01.0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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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도

어머니 팔베개쯤 대왕암을 배경으로

고래등 타고 달이 떠오르면

푸른 달빛 너머로 별똥별이 떨어지고

푸후후 고래음 소리가 나곤 한다

혼자 남은 아기섬엔

우두커니 등대만 지켜서고

별똥별이 모여 사는 어둠의 사막

거친 바다 숨소리

바위섬 작은 틈새로 잦아들 때면

해조음 갈피 따라 옹알옹알

누구의 사연인가 음각 한 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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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울산에 정착하여 오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와 도심의 답답함을 풀기 위해 가끔 대왕암이나 슬도를 찾곤 한다.

그런데 유독 내 맘을 끄는 곳은 사람의 발길이 적은 슬도였다. 어둠에 쌓인 고요한 슬도는 어쩌면 나의 요람과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머니의 자궁 속 같은 아늑함이 있었다. 이따금 어머니의 자장가같은 해조음 소리는 작은 바위틈 사이로 밀려와 옹알이를 하고

또 밀려가곤 한다.

등대에 꼿꼿이 기대어 한참을 서 있다 보면 더 넓은 어둠의 사막에 우수수 떨어지는 별똥별 소리와 함께 눈물이 솟아지기도 한다.

저 멀리 별들이 모여 사는 바다의 사막엔 어느듯 고래가 숨쉬고 내 꿈도 저 어디 자라고 있을 것이다.

어느듯 머릿속이 가벼워진다. 살아간다는 것이 이토록 무거운 책임과 중압감에 시달려야 하는 것인지....

슬도는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슬그머니 답안지를 쥐어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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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2006년 울산문학 신인문학상 시인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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