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을 들이받고 뛰쳐나온황소의 고삐를 낚아채지 못했다
유년에 날렵하던 소몰이 실력,이제 무뎌진 탓인가화난 듯 내민 주둥이는 분명
여물이 고프거나
암소를 본 것이 분명하다미술관 벽에서 오래 굶은 탓인가자꾸만 지천의 풀섶에 눈이 간다
이중섭도 그랬을까
내 배 쪼로록 소리가 나도 아침마다 가득 퍼다 준 여물 냄새가 아직내 몸에 베어 있어서 일까 그 땐 귀하디 귀한 바래기 토끼풀 지천에 널려도 한 숱 넣어주지 못한
내 팔이 자꾸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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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어디서 본 듯한 잘 생긴 황소를 만났다
유년시절 눈만 뜨면 순하게 마주치던 눈빛이다
고삐를 잡고 ‘이랴’ 하고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이미 고삐 풀린 소인지라 내말을 듣지도 따라오지도 않았다
저 화폭에서 오래 굶었을 것을 생각하니 내 손에서 여물 냄새가 났다
돌아오는 길 자꾸만 소 고삐 당기듯 뒤가 당겼다
지천에 널린 풀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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