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석이 좋다
햇살이 때때로 들지 않아
자주 그늘지는 곳
그래서 겨울에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곳
가을에는 떨어진 나뭇잎이
구르다가 찾아드는 곳
구겨진 휴지들이 모여드는 곳
어쩌면 그 자리는
하느님이 만든 것인지도 모르지
그곳이 없으면
나뭇잎들의 굴러다님이
언제 멈출 수 있을까
구겨진 휴지들의 꿈을
누가 거두어 주나
우리들 사랑도 마음 한 구석에서
싹트는 것이니까
시작노트
구석은 햇살이 들지 않아 자주 그늘이 들고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구석은 떨어진 나뭇잎이 구르다가 멈추게 하는 곳이며 구겨진 휴지들의 꿈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구석은 하느님이 만든 배려와 은혜의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이와 함께 축복의 자리인 것은 우리들 사랑도 마음 한 구석에서 싹 트기 때문이다. 구석은 결코 외진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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