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8.01.1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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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이두남 대표

[칼럼]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1월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가볍게 나는 한 마리 새에게도 삶의 무게가 있어 가지 끝을 세차게 흔들고, 폴짝 뛰어 오르는 메뚜기도 삶의 속도는 있어 허리가 휘청거린다. 우리의 삶도 해가 거듭될수록 삶의 무게와 속도가 가속을 더해 질주하는 듯하다. 살아 온 날과 살아가야 할 날이 반비례하여 조급함이 더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해는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동안이란 뜻이다. 초속 107.32km의 빠른 속도로 1년에 한 바퀴씩 규칙적으로 돌아 계절의 변화를 가져다주며 365일이 지나면 또다시 해를 바꾼다. 

새해 아침에 맞이한 붉은 해는 모든 이를 공평하게 비추며 응원해 주었다. 우리는 그 웅대한 기운을 받으며 출발선에 나란히 서서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모두 똑같이 출발 했다.

힘들었던 모든 일들은 지는 해의 바퀴에 매달아 날려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염원으로 시작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이다. 신시경종(愼始敬終)의 마음으로 잘 다스려 나간다면 틀림없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시작을 하였다 해도 실행 과정에서 좋은 의견을 무시하거나 선입관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외길만 고집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기 어렵다. 오히려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정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얽힌 실타래를 풀려면 장님에게 맡기라”는 옛말이 있다.

어떤 과학자가 같은 수의 꿀벌과 파리를 유리병에 넣어 병 바닥을 창문 쪽으로 향하게 눕혀 놓고 꿀벌과 파리가 어떻게 유리병을 빠져 나오는지 실험을 하였다. 지능이 높은 꿀벌들은 밝은 쪽이 출구라는 고정관념으로 창 쪽을 향한 병의 바닥 쪽으로 쉴 새 없이 윙윙 거리다가 마침내 부딪혀 죽거나 굶어 죽은 반면, 고정관념이라는 틀이 없는 파리는 밝은 곳이든 어두운 곳이든 마구 날아다니다 출구를 찾아 탈출할 수 있었다.

사람은 하루에 150회 정도의 판단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일어나면 TV를 켤까? 신문을 볼까? 무엇을 먹을까? 무슨 일부터 할까? 어느 길로 갈까? 누구와 통화를 할까? 무슨 말을 할까? 이 모두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기에 좋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과 나쁜 선택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의 차이는 1년이 지나면 표시가 나고 10년이 지나면 운명이 바뀐다고 한다.

그러므로 급변하는 작금의 시대는 딱딱한 고정불변의 합리성이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하고 유연한 선택과 합리성이 요구된다. 
산은 낮은 들판에서 보아야 그 높이를 알 수 있고 들판은 높은 산에서 보아야 그 넓이를 알 수 있듯 같은 사물과 대상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개인이든 가정이든 한 나라든 그 원리는 다르지 않다.

그중 단연코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 적폐청산이다. 그러나 적폐청산 이라는 명목아래 이전 정부의 잘못을 찾아내어 단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더께더께한 내면의 뿌리 깊은 악을 깨끗이 닦아내어 맑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물의 단면만 보고 판단하여 이면의 크나큰 우환이 잠재되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도 참다운 지혜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우환은 반드시 오늘의 현실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파적 이익에 따라 좌우되는 정치현실보다는 국민의 삶에 더 무게를 실어 따뜻한 가슴으로 리더하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나라가 아닌가 생각한다.

예부터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당파나 소외된 국민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와 아량이 그 덕목이고 국태민안의 제일 조건이라고 했다.

아침에 반가운 첫 눈이 내렸다. 잠깐 스치듯 지나갔지만 첫눈을 맞으며 오탁번 시인의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를 초대해 본다.

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뭇가지마다 순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 내린 숲길에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행인들의 순수는 눈 내린 숲속으로 빨려가고/ 숲의 순수는 행인에게로 오는/ 이전의 순간/ 다 잊어버릴 때, 다만 기다려질 때/ 아득한 세계가 운반되는/ 은빛 새들의 무수한 비상 가운데/ 겨울 아침으로 밝아가는 불씨를 분다.

허공에 두둥실 춤추며 내리는 하얀 눈, 지상에 닿는 것이 꿈이라면 그의 꿈은 곧 눈물이 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가린 햇살은 가지의 새순을 깨우듯, 땅속의 숨소리를 불러내듯 오염된 곳을 말끔히 쓸어내리느라 분주하다. 잠시라도 탁한 세상을 하얗게 덮어준다면 우리는 동심으로 돌아가 세상은 정화되고 순은의 눈처럼 밝게 빛나리라 믿는다.

눈이 내린 후 바람은 더욱 차게 느껴진다. 아직 남은 시간은 우리에게 크나큰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다. 대화와 협치, 상생의 정신으로 속도와 방향을 잘 조절하여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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