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곡
미완성 곡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8.02.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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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군무

겨울날 아침, 7번 국도를 따라

허공에 베껴놓은 음표를 듣는다

들판을 엮는 전봇대 끝자락의 기억은

초등 여선생님 손가락 끝에 톡톡 튀어 오른

현란한 16분 음표 풍금소리,

재잘재잘 허공의 오선을 조율하고 있다

이른 햇살을 튕겨 산 능선을 타다가

7번국도 한 소절 느리게 읊다가

먼 산을 배경으로 감전된 듯

까맣게 그을린 건반들,

베토벤 운명 같은 순간

핸들 꺾으며 브레이크를 밟는다

화르르, 까마귀 떼

16분 쉼표에 마침표를 찍는다

날려 보낸 미완성 곡조가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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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해마다 겨울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있다.

7번 국도를 따라 이어진 전봇대를 놀이터삼아

재잘재잘 부르는 까마귀 떼 노랫소리가 칼칼한 겨울의 진미다

울산에서 경주로 가는 길을 따라 도열한 이들의 군무와

먼 산을 배경으로 까만 금반위에 톡톡 튀어 오르는 폼이

마치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건반을 두드리는 여선생님

뒷모습 너머 간간히 튀어 오르는 이뿐 손가락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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