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거울 앞에 앉아
고운 머릿결 빗고 앉은 누이처럼
편안한 기다림 있는 포구
옷깃을 파고드는 비릿한 입김
잔물결로 반기는 흔적
지친 내 가슴 보듬어준다
떠나보낸 뒤 아쉬워하며
기다림에 익숙한 정자 항 부두
바람 같은 나를 맞이하지만
바람 한줌 붙잡지 못하고
허공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질척거리며 걸어온 길
자꾸만 되돌아보게 한다
저 건너 빤한 불빛 하나
거울위로 조각조각 부스러지면
부두에 묶인 채 삐걱거리며
잠들지 못한 녹 쓴 배들
오늘은 동구 밖 어머니처럼 외롭게
날 기다리고 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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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오랜 도시생활에서 마음이 피폐해지고 갈증이 날 때면
어렵사리 어둠을 지고 바닷가로 나온다
수평선이 꼬리를 내린 밤의 정자 항은 마치 거울 앞에 앉은
내 누이 모습과 흡사하다
비릿한 바닷바람은 일상에 지친 날 포근히 감싸고 안정을 준다
하루 일을 마친 배들이 여기저기 모여들고 나도 이들
배의 일행이 되어 뱃말뚝에 잡혀 배와 함께 일렁거린다
저 건너 해안가 빤한 불빛들이 물위로 빠져들고
그 불빛에 새어나오는 평온의 풍경이 어느덧 고향집 어머니의
옆모습으로 다가와 눈시울을 적시게 된다
이성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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