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꿈엔들 잊히리오
[칼럼]꿈엔들 잊히리오
  • 이두남
  • 승인 2018.05.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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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싱그러운 연둣빛 물결이 술렁이는 눈부신 5월이다. "사월과 오월을 내게 주면 나머지 달은 모두 너에게 주마" 라는 스페인 속담이 그러하듯 오월의 빛과 소리는 해맑은 웃음이다.

5월은 4월이 지키지 않았던 많은 약속을 미루어 받아 운이 좋은 달이다. 하여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5월5일은 어린이 날, 8일은 어버이 날, 15일은 스승의 날 그리고 21일은 부부의 날 겸 성년의 날이다. 

오월이 되면 우선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어린이 날 하루라도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아마 모든 부모 마음이 그럴 것이다. '어린 나무가 자신의 맹세를 가슴에 품고 거목으로 성장하려면 기원의 햇빛, 격려의 토양이 필요하다. 모두가 평화와 행복을 위해 일하는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칭찬하며 격려에 힘써 나가는 행동이 어른들의 책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어지는 8일, 어버이 날이다. 의례 이 날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게 된다. 고향 생각을 떠올리면 오직 우리만을 위해 살아오신 부모님의 가없는 희생만이 아련하다.

평소 못 다한 효도를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효도하는 인생은 행복하다. 효도하는 사람의 마음은 풍부한 사람이다.'란 잠언도 있지만 요즘처럼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 앞에 부모님께 효도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 그리움은 오월의 꽃향기처럼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다. 

고향은 참 바보 같다. 

정든 사람들 모두 도시로 떠나보내고 그리워서 꺼이꺼이 속울음을 삼킨다.

동네 어귀 경로당 앞마당에 낡은 유모차만이 할머니들 숫자만큼 줄을 지어 서서 쪼글쪼글한 수다를 주워 담고 있다. 직립보행이 가능해진 손자 녀석이 타다 버린 유모차가 꼬부라진 할머니를 끌고 삐걱거리며 불안한 수족이 되어 준다.

산 그림자 이곳 마을로 내려와 경로당 마당을 기웃거리면 사무친 그리움은 겹겹이 포개어 지고 아팠던 세월은 햇살처럼 부서져 내린다. 가슴에 숨겼던 응어리가 저녁노을로 물들어 괜스레 눈가가 붉어진다.

삐걱거리는 유모차 속에는 오일장 넉넉한 인심을 담고 유모차 던져버린 손자 녀석 웃음도 싣고 주름살 깊이 함박웃음도 담아 삶의 무게와 세월의 하중을 밀어낸다.
그곳이 복숭아꽃, 살구꽃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고향이다.

고향은 멍청이 같다.

있는 듯 없는 듯 산중턱에 제 홀로 피어나 서 있는 산 벚꽃처럼 말없이 살아오신 어머니의 손길이 하나하나 묻어있는 곳이다.

어둠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주신 어머니에겐 하얀 햇빛 냄새가 나는 듯하다. 색감 바랐을 어머니의 저고리처럼 한편의 시로 내려앉은 고향, 팔랑팔랑 날리는 꽃잎은 어머니가 경로당 걸어가시는 뒷모습을 닮았다. 

창호지에 그려지는 수묵의 암향처럼 맑고 따뜻한 서정은 봄볕도 흉내 내지 못할 설렘 가득한 고향풍경이다.

SNS, 카톡도 익숙하지 않고 인스타그램이나 시그널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마을에 공지사항이나 애경사가 있으면 아~아~ 이장입니다. 하고 운을 띄우는 마을회관 빨간 확성기가 저녁연기처럼 피어오르며 소통한다. 이곳이 오곡백과 무르익고 고단한 내 발걸음 맞이하던 그리운 고향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다.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도 더 줄 것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그 마음이다. 

늙은 어머니를 산속에 내다 버리려는 아들이 돌아갈 때 길을 잃을까봐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했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오늘날에 우리가 어찌 알 수 있을까. 헌신과 희생밖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는 지문 없는 세월을 향기로 문질러 어찌 한 줄인들 지문이 남아 있으랴

그런 부모님께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우리는 잘 표현 하고 있을까? 희생과 무조건적인 사랑에 어떻게 화답할까 생각해보면 턱없이 부족함만 남는다.

언제나 새벽의 찬 기운을 마다않고 일어나시어 행여 아이들이 깰까 염려되어 발로 차버린 이불을 조심스레 덮어주고 부엌으로 나가 정성스레 자식들의 도시락을 챙기시던 기억도, 아침상을 준비한 후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고 구겨진 교복을 다리시던 어머니, 가방에 준비물이 잘 챙겨졌는지 살피다가 손에 잡힌 일기장을 살짝 들여다보며 우리의 불만과 천진함과 망상의 흔적들에 잠시 고단함을 잊지 않는 미소만으로 대답하시던 어머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내가 부모 된 지금에는 그것이 얼마나 큰 사랑이고 희생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높고 넓은 하늘이지만 그보다 더 높고 넓은 것이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5월은 푸른 하늘만 보아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만 보아도 먼 고향과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향수의 계절이다.

지금쯤 아카시아 꽃향기가 솔솔 바람에 날릴 내 고향, 주름살 깊이만큼 굴곡진 삶을 견뎌 온 그 분의 정성과 희생에 감사드리며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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