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빛과 그림자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8.06.2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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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은 북위 2도 선상에 위치한 적도 부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발발할 것 같았던 위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었던 두 나라는 안보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두 정상의 만남은 적도의 강렬한 햇볕만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센토사는 말레이시아어로 ‘고요와 평화“를 뜻한다.

이 세기의 만남은 센토사의 뜻처럼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평화의 물결이 일렁이게 했다.

이번 북미회담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것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12 북미 정상회담이 화룡정점이 되어 6.13 지방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지지를 호소했던 홍보 현수막 대신 당선, 낙선 소감이 적힌 현수막으로 교체됐다.

낙선사례에는 '소중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등 진심을 담은 글귀가 아름다운 마무리로 귀결되고 유권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이 전달되어 눈길을 끌었다.

패배를 인정하며 진심이 담긴 낙선소감은 오랫동안 각인되어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2008년 18대 총선에 출마한 유시민 후보의 낙선소감은 지금도 대구 수성구는 물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회자된다. "당선하신 주호영 의원에게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대한민국과 대구와 수성구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패인은 오직 한 가지, 제 자신의 부족함 때문입니다."라는 낙선소감을 걸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낙선소감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보가 내건 낙선 소감 중에 '이재명 같은 자를 경기도지사로 당선 시키신 여러분, 최성권 낙선시켜줘서 고맙습니다.', '인물보다 정당을 택한 민심, 반성하고 새롭게 뛰겠습니다. 28.1% 고맙습니다.' 라는 다소 유권자들을 조롱하는 듯 하고 본인의 탓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잘못된 선택을 꾸짖는 듯 한 내용이다.

이런 후보자들에겐 선거전만 있으되 선거후는 없다.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축하해 주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유권자들의 마음에 투영되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 표차이로 낙선한 사례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슴 깊이 통감했을 것이다. 민심의 속성은 변심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빛과 그림자는 공존하기 마련이다. 빛에 가려 그림자로 남는다고 해도 당, 낙에 상관없이 자신을 낮추고 한 표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할 때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될 때 자신의 힘을 발견하고 더욱 깊은 관계를 형성하며 더 많은 의미와 가능성을 찾게 된다. 삶은 언제나 장밋빛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고통과 슬픔 역경이 더 많은 것이 어쩌면 인생이다. 그렇지만 늘 희망 또한 잠재해 있다. 슬픔이 파도처럼 덮쳐 우리를 산산이 부술 때도 있지만 언제나 썰물처럼 밀려 나간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강해지고 성장한다.

지금은 떫고 쓰기만 한 작은 감도 몇 개월의 비바람과 햇빛의 손사래를 거치면서 그토록 달고 붉은 색깔로 성숙해 간다. 하물며 인간으로서 수많은 계절을 거쳐 비바람과 햇빛에도 성숙하게 익어가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예상성적에 미치지 못한 야당에서는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며 분열의 조짐까지 보인다. 말로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라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정작 잘못한 것의 목적어는 실종되어 국민들에게 와 닿지 않고 허공에 맴돌 뿐이다.

세계 평화 협정에는 빛만 있으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우리의 삶에는 늘 그림자가 공존한다,

내 발에서 자라 내 발걸음을 닮아 내 비밀의 행적까지 다 꿰고 있는 그림자가 때로는 길을 잃어 원치 않는 길을 걷는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 또한 썰물처럼 밀려 갈 것이고 그 자리에는 다시 희망으로 채워질 테니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배가 출항하게 되면 성대하게 환송식을 해주지만 입항할 때는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 떠나는 배는 그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입항하는 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딛고 무사히 도착했는데 말이다.

출발보다 마무리를 더 잘하는, 그래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아픔 없이 성장하는 사람 또한 없다.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은 이류이며 아픔을 즐기는 것이 일류 인생이라고 했다.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 가장 훌륭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승자와 패자 서로를 존중하고 섬기는 행동은 신뢰와 기쁨이 따르기 마련이다. 인생은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어서 어느 때는 빛이었다가 어느 때는 그림자이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빛과 그림자의 공존을 인정하고 패인을 자신에게 귀속시켜 반성하는 사람이 후일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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