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수배
현상수배
  • 이두남
  • 승인 2018.08.07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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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
노루

 

 

 

 

 

 

허술하게 찍어놓은 발자국들~

짐작은 가지만 물증이 명확치 않다

그들의 목적은 한 두가지로 압축하여 추정이 된다

심심풀이 땅콩같이 농사를 훼방놓거나 한끼 허기를 떼울 목적 일 것 같다

예측컨데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온 밭을 휘젓고 배를 채웠겠지만 나는 일년 먹을 고구마 농사다. 발자국을 보면

멧돼지 보다 놀갱이(노루) 쪽이 가깝다

동지섣달 긴겨울밤 고구마 한입 베어물고 신선놀음 할 생각에 밑거름을 넣고 삽으로 갈아 엎으며 얼마나 진땀 흘렀던가?

이 녀석들은 아무런 노력없이 우리의 땀과 희망을 짓밟고 도망간 것이다. 고구마 줄기를 잘라 모종을 심을 때부터 주렁주렁 수확의 꿈, 얼마나 야무지게 달았던가

매일 매일 물을 줘도

쨍쨍 내리쬐는 뙤약볕에

시들시들하다 가버린 야속한 녀석들도 있다.

먼저 간 자리엔 새 모종으로 대체하기를 수차례, 한달이 되어갈 즈음

줄기가 제법 뻗고 무성한 잎을 달아 내게 기쁨을 주며 발걸음을 잦게 만들었다

장맛비 잠시 거치던 어느날 무성할 이들을 떠올리며 밭에 들어서는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아뿔사! 그 푸른 줄기와 잎들이 밤새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한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연둣빛 꿈이 산산 조각 난 순간이다. 도대체 어떤 녀석의 짓일까? 여기저기 흩질러 놓은 녀석의 행실이 속에 불을 확 질렀다. 그녀석이 남긴 흔적은 발자국 뿐이다

사진을 찍어 전문가에게 의뢰했더니 엉뚱한 이름 놀갱이란 놈의 짓이라고 밝혀졌다

더 이상 몽타쥬도 현상수배도 필요없게 되었다. 문제는 어떻게 자수를 시키든지 체포를 하는가이다

체포 방법은 덫을 놓아 생포할지

울타리를 치고 범죄 행위를 원천 차단해야

할지 생각이 깊어진다

잎과 줄기가 없으니 더이상 뿌리가 내리지 않기에 올해 고구마 농사는 더 이상 기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허수아비를 만들어 그 녀석들의 어리석음에 정면으로 상대해주었다. 허수아비가 제대로 한몫을 했는지 그 이후 고구마밭은 적들의 침입 흔적없이 평화롭다.위협할 임시방편으로 준비한

이 발자국의 주인은 출입금지, 현상수배중

주인 백은 이제 필요 없을것 같다. 그들이 한글을 읽을리도 만무할테니. 땅 속에 남은 고구마 잔 뿌리 만큼 속절없이 타들어가든 내 속도 이제 평온을 되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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