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측 "靑, 첩보문건 새로 작성해 경찰 하달"…이틀째 檢조사
김기현측 "靑, 첩보문건 새로 작성해 경찰 하달"…이틀째 檢조사
  • 연합뉴스
  • 승인 2019.12.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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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송철호 불법지원' 수사 확대…靑 '김기현 첩보' 가공 정황 포착

"靑, 송철호 캠프와 선거공약·예산 논의한 기록 확인" 주장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찰의 '하명수사'로 작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고 주장하는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이 이틀째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최초 제보 문건이 청와대에서 가공돼 경찰로 이첩된 정황을 포착하고 정보를 추가·삭제한 주체와 가공에 활용된 정보의 출처를 추적 중이다. 청와대와 일부 울산시 공무원들이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된 송철호(70) 현 시장을 불법적으로 지원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16일 오전 10시 김 전 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오후 9시께까지 조사했다. 그는 전날에도 오후 2시부터 9시간여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 전 시장을 상대로 지난해 6·13 지방선거 직전 경찰이 벌인 측근 비리 수사 상황을 물었다. 경쟁 후보였던 송 시장 측의 선거 전략·공약 수립과 이행 과정에 대해서도 아는 게 있는지 확인했다.

검찰은 수사를 촉발한 송병기(57)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최초 제보 문건은 물론 첩보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반부패비서관실을 거쳐 울산지방경찰청까지 하달되기까지 생산된 문건들을 확보해 비교한 결과 단계별로 일부 가공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이 작성한 4쪽짜리 문건은 김 전 시장 주변의 10여 가지 비위 의혹을 ▲ 동생의 30억원 용역계약서 관련 의혹 ▲ 레미콘 업체 선정 관련 의혹 ▲ 비서실장의 인사·승진 보직 관련 비리 의혹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눠 정리한 것이라고 김 전 시장 측 석동현 변호사가 전했다.

석 변호사는 "송 부시장이 정리한 문건도 나름대로 정연하고 짜임새 있게 작성됐으나, 청와대가 경찰청에 내려준 건 청와대 문서 형식으로 새로 작성됐다"며 "구체적인 부분이 추가되거나 제외된 부분이 있다. 내용은 겹치지만 전혀 다른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와 관련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울산지방경찰청과 경찰청, 경찰청과 청와대가 각각 보고를 위해 주고받은 문건도 확보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명수사'와 별개로 청와대와 울산시 일부 공무원들이 송 시장의 선거 전략 수립·이행을 지원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송 시장 측이 2017년 가을께부터 울산시 내부자료를 입수해 선거전략을 짜는 데 활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문건 작성·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울산시 공무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하고 있다.

송 시장은 지난해 2월 울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 송 부시장과 정모(53) 현 울산시 정무특보 등이 참여하는 '공업탑 기획위원회'라는 이름의 선거준비조직을 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 송철호 후보 단독 공천 ▲ 현직 장관 울산 방문 ▲ 청와대와 선거공약 협의 등 송 시장 측 문건에 나온 계획대로 선거 준비가 진행된 점에 주목해 울산시 공무원들과 청와대가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송 시장 측이 공약 수립과 예산 반영 등을 청와대 쪽과 논의한 흔적도 일부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단서는 송 시장 캠프에서 정책팀장을 맡았던 송 부시장의 PC와 업무일지 등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시장 측은 'BH 회의'라고 적힌 송 부시장 업무수첩 등 양측이 선거와 관련해 논의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물증을 검찰에서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여러 공약과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회의했고 공약 추진에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까지 논의해 하달했다"며 "(공약 이행에 필요한) 구체적 금액과 함께 '출마선언 때 예산을 확보했다고 발언하라'는 내용까지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송 시장 캠프 쪽으로 넘어간 문건의 내용에 따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송 시장은 지난해 1월 송 부시장과 함께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장모(58)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나 공공병원 설립 관련 논의를 주고받기도 했다. 장 행정관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청와대는 "대통령 공약사항을 설명하는 일은 행정관 본연의 업무"라며 선거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송철호 캠프의 실질적 선거대책본부 역할을 하면서 공약과 예산 반영, 장관들 현장 방문, 청부성 하명수사까지 했다는 매우 강력한 정황 증거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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