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가
늦은 주일, 건반은 내게 의자를 내민다
나는 곤한 손가락과 무거운 발을
슬쩍, 그 위에 누인다
건반은 관절마다 나즈막한 비명에
삐걱 거리며 검정색을 그린다
발가락 근육에 힘이 돋아
크레센도에 평온을 찾는다
여러 번 미끄러졌지만
한 번도 되돌이표를 넘은 적이 없는 제자리표여,
어쩌다 튕겨지면, 껑충 토끼처럼
허공에 뜀박질하려고
수줍음에 볼그레 달아오르는 반음이여,
걸을 줄도 모르면서 너는
고집스럽게 한 발로 활짝 창문을 미는구나
달릴 줄도 모르면서 너는
나를 굵은 선 위에 태우려하는구나
그러나 오늘은 네 위에 노래하는 것이 어색하기만하다
네 발 위를 걷는 나의 무릎은
몹시 지친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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